너도 INFP였어?

어쩐지 악필이더라

by Redsmupet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는 좀 독특하다.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 하면서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몸으로 하는 활동을 좋아해서 체육을 잘하지만 여행 다니는 건 싫어한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지기 싫어하면서 남에게 상처를 줄까 봐 전전긍긍한다. 할 말 다 하면서 제 할 말을 못 하고 삼킬 때가 부지기수다. 하고 싶은 게 엄청 많은데 하기 싫은 것도 엄청 많다. '왜 저런데 호기심이 발동하지?'싶은 곳에 호기심을 보인다. 놀기 위해 태어난 듯 놀면서 멍석을 깔아주면 싫증 낸다. 대책 없는 어린애 같은데 또 웬만한 어른보다 속이 깊다. 남들 신경 하나 안으면서 엄청 신경 쓴다.

속에 대체 뭐가 들었지?

도대체 이 터콰이즈 빛 아이는 누굴 닮은 거지?



<터콰이즈 컬러의 키워드>


돌고래, 수영장, 놀기 좋아함, 호기심

개성화, 내면의 스승, 물병자리 시대

창조성, 영감 있는 표현, 대중 커뮤니케이션



아이의 공책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글씨가 이게 뭐야~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 또박또박 잘 좀 써봐!"


이렇게 말하는 나의 글씨는 '헉'소리 나는 악필이다. 내가 쓴 글씨를 내가 못 알아본다. 글씨를 쓸 때면 이상하게 조바심이 발동해서 막 휘갈긴다. 천천히 또박또박 써보자고 마음먹고서는 금세 또 막 휘갈긴다.

내 글씨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짐작도 못한다. 내 글씨의 실체를. 오히려 엉뚱한 상상을 한다. 내 글씨체가 단정할 것이라는.


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에 입사하기까지 6개월의 공백이 있었다. 내가 공공근로를 경험한 건 이때였다. 처음 근무를 한 곳은 종로구청이었다. 내가 맡은 첫 번째 업무는 서류 정리였다. 그들이 나를 몰라본 것이다. 내가 엄청난 악필의 소유자라는 것을! 그 당시 구청의 서류는 수기로 작성하는 것이었다.


잠깐 망설였다.

'내가 정말 여기에 펜을 대도 될까?'


그런데 뭐, 시키니 별 수 있나. 최대한 정성을 들여 한 자 한 자 썼다. 어찌나 볼펜을 꽉 쥐었던지 손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지나가던 직원이 내 글씨는 보고는 이제 그만해도 된다며 서류철을 가지고 갔다. 그리고 나는 다른 일을 하게 되었다. 3.1절 기념 유관순 만세 운동의 아이디어를 말해보라거나 구청장님의 인사말을 써보라거나 이런 일들이 아주 불규칙적으로 내게 왔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나 정부청사로 근무 장소가 바뀌었다.


나도 글씨를 잘 쓰고 싶다. 예쁜 서체를 갖고 싶다. 내 글씨체를 처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아직도 많이 부담스럽다. 뭐라 말도 못 하고 대놓고 웃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참 착잡하다.

그러니 너는 좀 글씨를 쓰는데 정성을 들이면 안 되겠냐고 둘째에게 말을 한다. 40년 넘게 써온 글씨체를 바꾸는 것보다는 그래도 아직 십 년도 안된 글씨체를 바꾸는 게 훨씬 쉽지 않겠냐며 말이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모르는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반전의 묘미도 있지만 그만큼 낯짝도 두꺼워야 하기에 그깟 글씨체 너는 아직 바꿀 수 있지 않겠냐고 둘째에게 말해본다.

예쁜 글씨체가 갖고 싶어 지는 시기가 따로 있는 걸까? 우리 둘째는 나의 뼈 때리는 경험에서 나오는 충고를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이런 딸이 이번에는 학교에서 성격유형검사를 했다며 검사 결과를 말해준다.

"엄마~ 나 INFP래~"


못 들은 척해버렸다.

'엥? 뭐라고? INFP? 그거 난데! 그럴 리가 없어!

누굴 닮았나 했는데, 어쩐지 악필이더라.

그런데 못 들은 걸로 할래!'


이 강한 거부감은 뭐지? 닮을 수도 있는 걸 왜 이리도 놀라는 거지?

자식을 보면서 현타가 오는 순간이 이런 걸까?

네가 나랑 너무나 닮아서 너를 이리저리 고치고 싶었던 거야? 네 글씨체가 그렇게 눈에 거슬렸던거야?


솔직히 난 손가락 중에 첫째 손가락이 제일 이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자식 없다지만 나도 모르게 첫째를 더 애지중지하게 된다. 첫째는 아빠처럼 글씨체가 수려하다. 남들 신경 안 쓰고 옷도 대충 입고 잘 씻지도 않는 둘째와 달리 첫째는 예쁘게 단장하고 예쁜 행동을 하는 걸 좋아한다. 지 아빠랑 닮았다. 나를 닮은 구석이 없다. 그래서 첫째가 예쁘다.


우리 둘째를 어떡하지?

나에게 둘째가 꼭 필요한 존재여서 우리 둘이 만난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


엄마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너~ 나중에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야 해!"


엄마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나랑 닮은 둘째는 살아있는 나의 그림자였다.


현실이 된 예언을 어떡하겠니~

내가 너한테 배워야지.

너에게 보이는 내 모습, 나의 투사를 너에게서 떼어내 나의 것으로 소화해야지.

너에게서 나의 그림자를 떼어내고 온전한 너를 보는 연습을 하면서 우리 둘이 같이 어른이 되어 가야지.


둘째는 아직 모른다.

내가 그날 자기가 INFP라고 한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리고 내가 자기랑 똑같이 INFP라는 걸.


출처 : www.16personalities.com



터콰이즈가 끌리는 날, 당신에게는 어떤 키워드가 와 닿나요?

당신 마음에 닿는 키워드를 골라서 당신의 색깔 있는 하루를 글로 표현해보세요.


A. 돌고래, 수영장, 놀기 좋아함, 호기심

1. 놀고 싶은가?

2. 지금 해보고 싶은 게 몇 개나 되는가? 그중에 얼마나 경험해 보았는가?

3. 재미없는 건 죽어도 못하겠는가?

4. 이것저것 벌려놓고 제대로 끝내는 게 없는 것 같아 고민인가?


B. 개성화, 내면의 스승, 물병자리 시대

1. 내가 누구인지 탐사 중인가?

2. 아직까지 뭘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내가 답답한가? 불안한가?

3. 조직생활이 답답한가?

4. 나를 기존의 틀에 맞추려는 것들에 대해 거부감이 느껴지는가?

5. 나랑 마음에 맞는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가? 아직 그런 친구를 못 만나 외로운가?


C. 창조성, 영감 있는 표현, 대중 커뮤니케이션

1.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걸 찾아내는데 소질이 있는가?

2. 내 말에 사람들이 자주 감동하는 편인가?

3. 나의 마음을 그림이나 글, 음악, 춤 등으로 표현해내는 걸 좋아하는가? 혹시 그런데 소질이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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