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카디건을 입고, 청귤 차를 마시고 싶었던 하루, 오늘 나에게 필요한 건 '쉼'이었던 것 같다.
온전한 쉼.
이건 쉽지 뭐!
하지만 어려웠다!!
누가 방해한 것도 아니다. 쉬지 못하게 일을 시키는 사람도 없었다. 딱히 오늘 꼭 해야 할 일도 없었고 다음 주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 뭣 때문에 그냥 쉬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지?
아~ 나 때문이구나! 나 때문에 쉬는 게 어려운 거였어.
아침에 눈이 떠졌을 때 '더 잘까? 오늘 하루 종일 잔다고 했잖아. 다시 눈 감을까?'
하지만 일어났다. 정오를 가리키는 시계를 보고 화들짝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어슬렁어슬렁 집안을 돌아다니다 '오늘 아무것도 안 해도 되잖아. 저기 소파에 좀 앉아서 멍 때릴까?'
그런데 어느새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노트북에서 할 일이 튀어나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결국 나는 침대에 다시 눕지도 못하고, 소파에서 빈둥거리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 저녁을 맞았다.
왜 쉬고 싶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하는 거지?
불안함, 이 녀석 때문이구나! 불안이 자꾸만 나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건데?
그러고 보니 사직서를 내고 학교를 그만둔 후 하루를 온전히 쉰 적이 없었다. 누군가가 나의 일을 결정해주는 삶 속에서 쉬는 게 오히려 쉬웠다. 정해진 게 없는 삶, 거기엔 자유만 존재할 줄 알았는데 불안이라는 놈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고용주처럼 불안은 나를 잠시도 쉬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쉬다가 영원히 쉰다~ 그렇게 나왔으면 뭐라도 돼야지!"
거기에 나를 믿지 못하는 내가 한 수 더 뜬다.
"이 정도 가지고 되겠어? 이걸로는 안될 것 같아. 좀 더 해봐."
조금 더 조금 더 조금 더가 나를 점점 더 불안 속으로 내몬다.
어젯밤에 잠들면서 나는 분명 나를 칭찬하고 있었다.
"큰 언덕 하나를 넘어온 것 같아. 잘했어~"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이렇게 달라지나? 언덕 너머의 세상으로 발을 들이려니 제일 먼저 찾아온 게 불안이야?
불안이라는 놈이 억울해한다.
"난 항상 네 옆에 있었어. 너도 알면서 왜 새삼스럽게 내 탓을 해?"
그랬다. 불안이라는 놈은 한 번도 내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나를 바쁘게 만들어서 불안을 못 본 척하다가 어느 순간 정말 사라진 줄 알았다. 잠깐 쉬어갈까 싶어 의자에 앉은 순간, 거기에 불안이라는 녀석이 앉아있는 걸 보고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