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초록

추워도 오늘은 저 카디건이 입고 싶어!

by Redsmupet

늦게 시작한 하루.

어젯밤 자려고 불을 끄면서 그에게 말했다.

"나 내일은 하루 종일 잘 거야."


눈을 뜨니 환하다.

아침이구나!

점심이었다.

날이 흐려서 낮에도 햇살이 밝지 않은 일요일 정오 무렵이었다.

뭘 입을까 서랍을 여니 초록색 카디건이 눈에 쏙 들어온다.


'밖에 저렇게 바람이 부는데 이걸 입었다가는 얼어 죽기 딱 좋겠는걸.'


다른 초록으로 나의 컬러 욕구를 채운다.

새콤한 청귤청!

그리고 또 잔다.

아니 못 잤다.


<그린 컬러의 키워드>


자연, 봄, 나무, 성장, 재생, 치유, 쉼

공간, 파노라마적 시각, 개방성, 자유, 방향, 녹색 신호등

가슴, 관대함, 균형, 타협, 분별력, 질투, 시기

선택,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오늘 나의 초록은 어떤 키워드를 담고 있었던 걸까?

초록색 카디건을 입고, 청귤 차를 마시고 싶었던 하루, 오늘 나에게 필요한 건 '쉼'이었던 것 같다.

온전한 쉼.

이건 쉽지 뭐!

하지만 어려웠다!!

누가 방해한 것도 아니다. 쉬지 못하게 일을 시키는 사람도 없었다. 딱히 오늘 꼭 해야 할 일도 없었고 다음 주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 뭣 때문에 그냥 쉬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지?

아~ 나 때문이구나! 나 때문에 쉬는 게 어려운 거였어.


아침에 눈이 떠졌을 때 '더 잘까? 오늘 하루 종일 잔다고 했잖아. 다시 눈 감을까?'

하지만 일어났다. 정오를 가리키는 시계를 보고 화들짝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어슬렁어슬렁 집안을 돌아다니다 '오늘 아무것도 안 해도 되잖아. 저기 소파에 좀 앉아서 멍 때릴까?'

그런데 어느새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 노트북에서 할 일이 튀어나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결국 나는 침대에 다시 눕지도 못하고, 소파에서 빈둥거리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 저녁을 맞았다.

왜 쉬고 싶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하는 거지?

불안함, 이 녀석 때문이구나! 불안이 자꾸만 나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건데?

그러고 보니 사직서를 내고 학교를 그만둔 후 하루를 온전히 쉰 적이 없었다. 누군가가 나의 일을 결정해주는 삶 속에서 쉬는 게 오히려 쉬웠다. 정해진 게 없는 삶, 거기엔 자유만 존재할 줄 알았는데 불안이라는 놈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고용주처럼 불안은 나를 잠시도 쉬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쉬다가 영원히 쉰다~ 그렇게 나왔으면 뭐라도 돼야지!"

거기에 나를 믿지 못하는 내가 한 수 더 뜬다.

"이 정도 가지고 되겠어? 이걸로는 안될 것 같아. 좀 더 해봐."

조금 더 조금 더 조금 더가 나를 점점 더 불안 속으로 내몬다.


어젯밤에 잠들면서 나는 분명 나를 칭찬하고 있었다.

"큰 언덕 하나를 넘어온 것 같아. 잘했어~"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이렇게 달라지나? 언덕 너머의 세상으로 발을 들이려니 제일 먼저 찾아온 게 불안이야?

불안이라는 놈이 억울해한다.

"난 항상 네 옆에 있었어. 너도 알면서 왜 새삼스럽게 내 탓을 해?"

그랬다. 불안이라는 놈은 한 번도 내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나를 바쁘게 만들어서 불안을 못 본 척하다가 어느 순간 정말 사라진 줄 알았다. 잠깐 쉬어갈까 싶어 의자에 앉은 순간, 거기에 불안이라는 녀석이 앉아있는 걸 보고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선 것이다.


불안, 너를 인정하기 싫어서 내가 쉬지 못하는 것이었구나!

어쩌지? 내가 너와 함께 쉴 수 있을까? 불안과 함께 쉬는 게 가능한 일일까?

초록이 하는 말에 답이 있을까?


"네 가슴에 꽉 찬 그 불안을 느껴봐.

거기에 불안이 있는데 없는 척하면 너의 불안은 점점 커질 거야.

불안이라는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너야.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는 줄도 모르고 언제까지 그렇게 숨을 불어넣고 있을 거야?

네가 바람을 불어넣는 걸 멈춰야 풍선이 다시 작아질 수 있어.

휘리릭~ 바람이 빠지면서 저 멀리 날아갈 수 있어.

그러니 네가 불안이라는 풍선을 얼마나 꽉 쥐고서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지 느껴봐."


아직 남아있는 밤, 초록이 말하는 대로 나의 불안을 만나볼까?

내 삶에 쉼이 들어설 자리를 만들기 위해.



초록색이 끌리는 날, 당신에게는 어떤 키워드가 와 닿나요?

당신의 마음에 닿는 키워드를 골라서 당신의 색깔 있는 하루를 글로 펼쳐보세요!


<그린 컬러가 끌리는 당신의 체크리스트>

A. 휴식과 공간에 대한 질문

1. 온전히 휴식을 취하는 것, 나는 이걸 잘하나? 잘 못하나?

2. 요새 충분히 쉬고 있나? 휴식이 부족한 건 아닐까?

3. 나는 쉬면서 뭘 하지? 진짜 쉴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

4. 내가 쉬지 못하게 방해하는 게 있나? 그게 뭘까?

5. 나에게는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 거긴 어딜까?


B. 가슴에게 물을 수 있는 질문

1. 가슴아 너 괜찮니? 편안하니? 아니면 뭔가 답답하고 불편하니?

2.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생각이 있나?

3. 뭔가 계속 걸리는 감정이나 느낌이 있나?

4. 혹시 누군가를 질투하고 있는 건가? 시기하고 있나?


C. 나의 선택에게 물을 수 있는 질문

1. 요새 무언가를 선택하는 게 어려운가?

2. 어떤 상황(혹은 일, 사람)에 대해 내가 너무 우유부단한가?

3. 어디로 가야 할지 삶의 방향을 못 잡고 있는가?

4. 내가 혹시 한 방향만 고집하고 있는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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