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출입금지"란다!

노란 사춘기

by Redsmupet

사춘기에 들어서는 딸과 사춘기의 한가운데 다다른 딸, 두 딸과의 동거는 세상의 모든 감정을 체험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 같다. 놀이동산의 자유이용권이 설레고 두근거리고 신난다면 서로 다른 사춘기에 도달한 두 딸이 주는 감정의 자유이용권은 두려움과 빡침이 두근거림 속에 녹아있는 묘한 티켓이다.


첫째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한밤중에 들려오는 통곡 소리에 놀라 첫째의 방문을 여니 이불을 똘똘 말고 힘을 꽉 준다. 누에고치에서 누에를 빼내는 일이 이런 걸까? 겨우 겨우 이불을 벗겨내고 자초지종을 들어본다.

"아까 아빠가 잔소리한 게 갑자기 생각나서 서러워서 엉~ 엉~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

새벽 한 시가 넘었는데 그것 때문에 갑자기 서러워졌다고? 이럴 때 뒷목을 잡는 거였구나!!!


언제부터인가 두 아이의 방문에 종이가 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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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고 꼭 짚어서 말하는 "출입금지" 경고문.

처음엔 저 경고문을 떼어내고 두 딸을 불러 혼냈었다. 자꾸 그러면 둘 다 문짝을 떼어버리고 문 대신 커튼을 달겠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사춘기 딸들에게 엄마의 협박은 그냥 '말'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방문을 열고 나오니 두 딸의 방문에는 종이가 하나씩 붙어있다.


'이건 사진으로 남겨놓아야 해!'


갑자기 든 생각.

오늘부터 딸들이 매번 바꿔서 붙이는 '출입금지'경고문을 찍어놓기로 했다. 같은 내용이지만 표현이 매번 달라지는 이 종이 한 장이 모이면 어떨까 궁금해졌다. 나중에 딸들이 더 이상 자기 방 문 앞에 '출입금지'경고문을 붙이지 않게 되었을 때 이걸 보여주리라!


어쩜 이렇게 대충 쓴 경고문 하나에도 성격이 묻어나는지, 피식~ 웃음이 흘러나오면서 대학생 시절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 시절 나는 노란색을 너무나 좋아했다. 내가 노란색을 좋아한다는 걸 온몸으로 표출하고 싶었던 걸까? 노란 티셔츠에 노란 바지, 노란 모자에 노란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다. 딱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으로. 지금 그래 보라고 하면 못할 것 같은데 그때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때 그 모습을 찍어놓은 사진 하나 없는 게 너무 아쉬울 뿐이다.



<옐로우 컬러의 키워드>


태양, 자아, 자존감, 태양신경총

기쁨, 유머

지성, 명료함

성취, 걱정, 불안


아마도 나의 사춘기는 그때였던 것 같다. 스무 살.

입시로 미루고 미뤄둔 나의 사춘기는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줄 알았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아니, 스무 살에 내가 사춘기였다는 걸 안 건 시간이 많이 흐른 다음이었다. 그 당시에 내가 생각하는 나는 '진짜' 어른, '성숙한' 성인이었으니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노랑으로 차려입고 내가 한 일은 강의 땡땡이치고 낮술 마시기, 잔디밭에서 동아리 선배들과 기타 치며 노래하며 놀기, 단짝 친구와 강의 시간에 고속버스터미널 가서 마음에 드는 지명으로 향하는 버스 아무거나 골라 타기, 이런 것이었다. 단짝 친구와 학교 앞 술집에서 밤새 술을 마시고 해가 뜰 무렵 해장국집에서 뼈다귀 해장국을 먹으며 했던 말은 아직 기억난다.

"신기해! 여자끼리 밤새 술 마시고 새벽에 해장국 먹는 거 처음 해보잖아~ 이거 진짜 신기한 기분이야!"


그때는 몰랐지만 스무 살의 노랑은 나를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 나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이게 나야! 당신들이 정해준 나 말고, 이게 진짜 나라고!"


'진짜'어른이라고 우기며 부모님의 걱정을 잔소리라고 흘려버렸다. 십 대 사춘기 딸에게 느꼈어야 할 빡침과 배신감을 나의 부모님은 대학생 딸에게서 느꼈다. 얼마나 기가 막히셨을까?

"이제 다 키웠네~"라는 뿌듯함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저게 미쳤나?"라는 빡침이 채워버렸으니.

제 때 햇볕 아래로 나오지 못한 사춘기는 늦게 튀어나온 만큼 늦게 사라지는 것 같다. 나의 사춘기는 그랬다. 나의 이십 대, 십 년 동안 나는 사춘기였다!

스물일곱 무렵 나는 내 생애 처음으로 나의 진로를 온전히 내가 선택했다. 잘 다니던 병원에 사표를 던지고 대학원 기숙사로 이사를 했다. 그때쯤 나는 사춘기 말기에 다다르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 이 세상에 어떤 페르소나를 가지고 첫발을 내디딜지 고민해야 할 십 대, 흔히 사춘기라고 말하는 그 시기에 나에게는 그걸 선택할 권한도 용기도 없었다. '이게 네 인생의 정답이야'라고 말하는 어른들의 말이 나를 끌고 갔다.


"이제 됐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는 네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돼."


이 말이 내 안에서 유예된 사춘기를 끌어내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스무 살, 그제야 허락된 나의 사춘기는 그들의 속을 수백 번은 뒤집어 놓고, 그들이 정답이라고 말해준 걸 다 부정하고 나서야 끝났다. 그렇게 이십 대에 맞은 사춘기는 나에게도 여기저기 생채기를 남겼다. 십 대보다 나이가 들었다고 그만큼 노화가 된 것일까? 상처가 아무는 시간은 더디고, 흉터는 컸다.


딱 알맞은 시기에 사춘기에 들어서는 두 딸이 대견하다.

"내방이야!", "내 거야!", "내 마음이야!", "내 마음은 나밖에 몰라", "나가!"

"너 이상해!", "언니가 더 이상해!!"


온통 '나'로 꽉 찬 그들의 말속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감정들 앞에서 나의 사춘기를 떠올린다. 나의 노랑을 나는 어떻게 그렇게 꽁꽁 숨기고 있었을까? 너무 오래 눌러놓아 태양같이 빛나야 할 노랑이 노란 고름이 될 때까지 참으며 지나온 나의 십 대. 그래도 미친 이십대로 보상한 덕에 나는 이 노란 고름을 짜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흉터가 남긴 했지만.


"나 지금 엄마 노릇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불안이 나에게 말을 건다.

"얘네가 지금 이렇게 사춘기에 있는 걸 보니까 좀 하는 것 같아. 엄마 노릇."

13살, 15살 두 딸이 사춘기 속에 있는 게 나에게 '참 잘했어요' 도장처럼 느껴지는 날이다. 물론 이런 날도 사춘기 딸들 덕분에 내 감정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 입에서는 괴성이 나오겠지만 그래도 이 아이들이 지금 사춘기임에 틀림없다는 게 좋다!



옐로우 컬러가 끌리는 날, 당신에게는 어떤 키워드가 와 닿나요?

당신 마음에 닿는 키워드를 골라서 당신의 색깔 있는 하루를 글로 표현해보세요.


<옐로우 컬러가 끌리는 당신의 체크리스트>

A. 자아, 자존감

1. 어딘가에서 내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가?

2.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은 곳(집단, 상황)이 있는가?

3. 내가 너무 존재감이 없어 보이는가? 초라해 보이는가?


B. 기쁨, 유머

1. 오늘따라 왠지 신나는가? 즐거운가?

2. 나에게서 즐거움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가?

3. 혹시 내가 유머러스한(재미있는) 사람이 아닐까?


C. 지성, 명료함

1. 무언가를 배우는 게 즐거운가?

2. 지금 배우는 게 너무 양이 많아 버거운가?

3. 새로운 걸 배우고 싶은가?


D. 성취, 걱정, 불안

1. 나는 다른 사람보다 기준이 높은 사람인가?

2. 내가 원하는 걸 성취하지 못할까 봐 두려운가?

3. 얼마나 완벽하게 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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