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아.
코로나 탓일까? 계절 탓일까?
지금 나는 저 밑으로 내려가고 있다. 내 감정의 롤러코스터는 짧은 오르막과 긴 내리막이 반복되는 이상한 구조다. 해가 짧아지면 잠이 많아지긴 했다. 하지만 잠이 많아진다고 우울해지진 않았었다.
우울,
이 단어가 지금 내 감정에 맞는 단어이긴 할까? 그러고 보니 이렇게 가라앉는 시기에 내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참 빈약하다. Blue라는 단어가 이 빈약함을 좀 채워줄 수 있을까?
I feel blue.
그렇다. 나는 지금 블루 속에 있다. 깊이깊이 침전해 들어가는 곳이 심연 같아서 블루라는 표현이 내 감정을 절묘하게 시각화한다.
누군가 우울이 과거의 감정에 붙들려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 사람은 분명 깊은 우울을 경험해 본 적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울과 회한, 혹은 후회, 집착 같은 감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나의 블루는
지금 여기, 의식의 세계에서 뒷걸음질 쳐서 더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고 싶은 마음, 공기통을 매고 배에서 거꾸로 첨벙~ 바다로 들어갈 때의 마음이다. 어쩌면 나의 블루는 깊은 이완에 대한 욕구일지도 모른다. 잔뜩 긴장한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릴 때까지 버티고 버티다가 도저히 안될 때 그래도 살고 싶은 내면의 욕구가 나를 깊은 이완 속으로 잡아당기는 것 같다.
내가 성급했던 것 같다. 그때 필요했던 건 정신과 의사의 진단이 아니라 나에 대한 신뢰였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렇게 가라앉아도 돼. 더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고 싶으면 그래도 돼."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지 못했다. 깊은 심연으로 내려가 다시는 떠오르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나를 믿지 못했다. 의사에게 찾아가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매주 의사를 찾아갈 때마다 약의 양이 늘었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나는 꽤 오랫동안 깊이깊이 내려가고 있었으니까. 약은 나를 끝없는 잠으로 이끌었다. 이렇게 도망가다가는 끝이 없겠다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두려움이 나에게 나를 믿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사실 두려움은 삶의 의지가 감정으로 정체를 드러낸 것이었다.
어느 날, 정말 끝없이 내려가기만 할 수는 없다는 걸 알았다. 내 감정이 더 이상 내려가고 싶지 않다고 튀어올랐다. 여기저기 통통통 튀어 다니며 이것저것 새로움을 만들어냈다.
지금 또다시 나는 블루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제는 블루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나를 걱정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이런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한 번씩 깊이 가라앉은 다음에야 생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사람.
사람들은 얼마나 타인의 감정을 쉽게 재단하는가?
사람의 마음에 대해 내리는 진단은 얼마나 임의적인가?
나도 그렇다. 나의 감정마저 나는 쉽게 재단하고 보챈다.
타인의 기준에 너무 깊이 물들어버렸다. 다시 심연으로 들어가서 나에게 스며든 타인의 기준, 그 빛깔을 빼내는 시간이 나에게 필요하다.
지금,
11월의 끝자락에.
<블루 컬러의 키워드>
평화, 고요함, 평온함
커뮤니케이션, 신뢰, 권위, 양육 에너지
하늘(신)의 뜻, 내맡김(surrender)
블루 컬러가 끌리는 날, 당신에게는 어떤 키워드가 와 닿나요?
당신 마음에 닿는 키워드를 골라서 당신의 색깔 있는 하루를 글로 표현해보세요.
A. 평화, 고요함, 평온함
1. 지금 내 마음은 평온한가?
2. 나의 평화를 깨뜨리는 일에 대해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3. 혼자 있고 싶은가?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순간인가?
4. 지금 나는 우울한가? 무기력한가?
B. 커뮤니케이션, 신뢰, 권위, 양육 에너지
1.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데 어려움은 없는가?
2. 나는 나를 얼마나 믿는가? 사람들은 나를 얼마나 신뢰하는가?
3. 나는 나의 인생을 얼마나 믿는가?
4. 나는 사람들을 얼마나 신뢰하는가? 사람을 믿고 지켜보는 편인가?
5. 나는 권위가 있는 사람인가? 권위를 부리는 사람인가?
6. 권위주의적인 사람이나 조직, 집단 안에서 힘든 상태인가?
C. 하늘의 뜻, 내맡김
1.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는가?
2. 인생의 장애물 앞에서 "다 이유가 있겠지"라며 받아들이는 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