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침한 날의 또렷한 각오

by 들숨

부러운 빛을 보면 돌아서야 했다

등지고 도망쳐야 했다


빛나는 빛을 보면 가슴 떨렸다

조바심에 떠밀려 내달려야 했다


영문도 모르는 그에게

들키지 않으려 보이지 않으려

부럽고 빛나는 빛에

온갖 누명을 씌워 쫓아내야 했다


부러움과 빛남이 코앞인데

그만 그의 초점이 흐리다

숨겨둔 돋보기를 건네자

돌려 내게 씌운다


그 선명한

투명한 그에게는 맺히지 못했던 것을

침침한 내 눈에만 쌓였던 것을


눈부심에 쫓겨

안절부절 외면하지 않아도

그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였지만

애써 보지 않으려 했을는지도

알아채지 못한

그에게는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해두겠다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어쩌면 흔들렸을지도 모를 그의 눈길

평생 짊어지고 갈 짐으로 남기겠다

이전 12화푸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