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미 May 02. 2023

당신의 일상은 안녕하십니까?

코로나 이후의 일상

한국의 마스크 의무화 해제 소식을 들은 건 올해 겨울 캐나다에 있을 때였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쯤에는 마스크를 안 써도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2월 중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떠날 때와 별 다를 바 없이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물론 나도 그랬다. 그 후로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어디서든 안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인다. 이제 나도 병원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안 쓰고 모임도 나가고 외식도 하며 90프로는 일상으로 돌아온 듯하다. 그러나 코로나 전의 일상은 어땠는지 까마득하다. 그 전의 일상과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일상이 비슷해 질까? 나의 경우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정말 홀가분하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은 안 든다. 그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 마음 깊은 곳에 불안감이라는 씨앗이 심어져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시댁이 캐나다라 이제 다시 자주 갈 수 있게 되었는데 비행기 공포증이 생겼다. 그리고 이건 나이 탓도 있겠지만 건강염려증이 전보다 심해졌다.


그런데 놀라운 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의 가까운 지인도 불안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블로그에 올린 비행기 공포증에 관한 나의 글은 매일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처음에는 솔직히 조회수가 높게 나와 방문자수가 늘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꾸준히 조회수가 높은 것을 보았을 때 이거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씁쓸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갈 수 있는 시기가 되었는데 공포증이 발목을 잡는 현실에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을까. 나는 이해한다. 그 두려움을. 원래부터 공포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코로나 이후 심해진 경우이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얼마나 심적으로 위축되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다시 날개를 달고 날아보려고 하는 새가 날아오르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이 나는 요즘 일상이 밝아 보이다가도 다시 어둠 속에서 발버둥 치는 기분이다.


물론 코로나가 시작되고 만들어진 좋은 루틴들도 있다. 매일밤 기도 하는 습관이 생겼고 코로나가 정점에 달했을 때 매일 아이와 집에 있었는데도 비슷비슷한 날들을 기록했다. 기록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서 집콕놀이부터 먹은 음식까지 다 기록했다. 솔직히 말해 백신을 맞을 때까지도 반쯤 미쳐 있었던 거 같다. 기도하기와 글쓰기, 책 읽기 등이 나의 정신을 겨우 잡아주었다. 그렇게 터널을 빠져나오는가 싶지만 그 끝은 사실 없는 기분이다.


코로나 그 이후 나의 일상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같이 이어지고 있다. 어두운 면이 커지질 안길 바라면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그 시간들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상기하고 기억하기 위해 기록을 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아프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를 했다는 것을 기억함으로써 지금의 일상에 감사하고 앞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또 다른 재앙에 대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록을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나에게 생긴 후유증이라는 어두운 면을 애써 숨기거나 묻으려고 하지 않고 같이 나누고 알리기 위해 기록을 했다. 예전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와서 괜찮겠지 하고 방심하는 사이에 불안의 씨앗은 나도 모르게 커지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묻는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하십니까?

작가의 이전글 글쓰기도 장비빨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