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은 빼고, 반찬은 담고
1년 반째 회사에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닙니다.
CD님이 퇴근하며 “내일은 외식”을 선포하는 날이 아니면 제 점심은 대부분 도시락입니다.
런치 도시락을 지속 가능하게 해 준 비결은 다름 아닌 “힘 빼기.”
힘을 빼면 됩니다. 힘을 빼야 오래갈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 누구보다 자극적이고 ‘그리씨한’(greasy) 음식을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반질반질 윤기 나는 흑갈빛 간짜장, 녹진하고 구릿한 돼지 육수가 풍성한 돈코츠 라멘.
온 입안을 휘저으며 착! 감기는 면발과 식도까지 싹! 코팅해 주는 맛이지만,
안타깝게도 자극은 언제나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게 자극의 역치가 높아지면 웬만한 음식으로는 성에 차지 않게 되죠.
그래서 도시락의 지속 가능한 경영 윤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힘 빼기”입니다.
도시락 반찬에 최대한 힘을 빼고 에너지를 줄여야 합니다.
유튜버들이 준비하는 예쁘고 정갈한 ‘밀 프렙’을 참고하는 것은 동기 부여로 그쳐야 합니다.
그대로 따라 하는 건 지양하길 권합니다.
제 도시락 추구미는 “평범하고, 노멀 하며, 이븐한… 그런 거”입니다.
무심한 듯 다진 마늘과 간장, 참기름으로 무친 나물,
식용유 쓱 둘러서 치이익 부쳐낸 두부부침,
라드유에 돌돌돌 말아낸 고소한 계란말이,
그리고 머그컵에 담아 즐기는 동결 건조 미역국이나 닭곰탕,
밥은 하얀 쌀밥 대신 7:3 비율의 보랏빛 잡곡밥,
가마솥에서 구운 불맛 나는 김구이.
가끔은 킥으로 흑돼지와 들기름으로 맛을 낸 비엔나소시지라든가,
한 입 떡갈비 혹은 제육볶음 같은 거.
이런 반찬들만 잘 준비해 두어도 일주일은 무리 없습니다.
차가워도 맛있는 반찬이니 그저 잘 담기만 하면 되니까요.
비록 입 안에서 휘몰이장단을 만들어 내는 화려한 맛은 아니더라도,
오히려 그런 면 덕분에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습니다.
'NON-자극적'인 반찬이라 그런지 혈당 스파이크, 식후 졸음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식당과 회사를 오가는 시간이 줄어들어 그 시간에 좀 더 쉴 수 있기도 하죠.
아!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살이 빠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저녁을 치킨과 맥주, 혹은 점심에 못 먹은 짜장면으로 채우지 않는 이상,
먹는 칼로리가 확 줄기 때문에 체중에 긍정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도시락을 챙기고 다니고 싶다면,
먼저 힘을 빼시고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음식을 반찬으로 준비해 보세요.
다음에는 간단히 준비할 수 있는 ‘힘 뺀 반찬 레시피’에 대해서 알려 드릴게요.
그럼 다들 해피 선데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