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요리사 과몰입해서 만들기
이제 금값이 되어버려 치킨은 자주 먹지 못한다.
하지만 계란만큼은 아직 부담 없다.
한 알에 평균 300원 밖에 안하지만 그 안에는 거대한 잠재력이 숨어있는 매력이 있다.
톡톡탁-계란 후라이. 파송송 렌지띵 계란찜. 손이 가요 손이 가는 마약 계란장 등등
그 중 내 취향을 완벽 저격하는 건 돌돌돌-계란말이.
계란말이에는 장비빨이 좀 필요하다. 네모난 전용 팬이면 ‘롤링’도 쉽고 ‘쉐잎’도 완벽하다.
하이라이트 기준으로 7 정도에서 예열은 필수다.
계란물을 쏟자마자 치이익 하는 소리가 나야 하고 공기방울이 뿌글-하고 올라와야 한다.
말기 시작할 때는 하이라이트 기준 5정도로 낮추자. 마는 게 어렵다면 꼭 불 위에서 하지 않아도 되니,
잠깐 밖으로 꺼내서 '접는다'는 생각으로 해보자. 조금 더 쉽다.
계란 6개 기준으로 대여섯번 말면 완성이다.
하지만 예쁘게 말았다고 종을 땡 치는 건 안된다.
‘even’한 계란말이를 위해선 2번의 레스팅이 필수다.
첫 번째 레스팅은 요리 직후다.
요리가 끝나면 불을 끄고 팬을 그 자리 그대로 둔다.
잔열로 계란말이의 익힘은 아주 ‘이븐’하고 ‘타이트’해질 것이다.
두 번째 레스팅은 도마 위. 뜨거운 상태로 ‘컷팅’을 했다간 정성스레 말아낸 ‘레이어‘가 다 풀려 버릴 수 있다. 한 10분 정도 통통한 자태에눈길도 주지 말자.
그리고 대망의 컷팅. 식칼도 필요 없다. 빵 칼 정도면 된다.
슥 밀어 넣어보자. 보드라운 ‘텍스쳐’가 칼 손잡이로 전해진다.
겉은 단단하고 속은 부드러운 미듐 레어 그 자체. 생존이다!
하지만 완벽한 요리는 없다,요리는 언제나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안성재 쉐프는 말한다.
조금 더 ’디벨롶‘시켜보자. 식용유 대신에 라드유를 두르자. 고소한 풍미가 더 업그레이드 된다.
라드유는 볶음밥 및 김치찌개등 어디든 사용할 수 있으니 한 통쯤은 아깝지 않은 투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체에 걸러 알 끈도 제거해보길 권한다. 익힘 뿐만 아니라 색마저 ‘even’ 해질 것이다.
아주 노오란, 가게에서 파는 그런 계란말이를 맛 볼 수 있다.
도시락을 싸기로 마음먹었다면 계란과 친해지자. 빨간 라면 위에 톡 하나 깨 넣는 정도보다 조금 더 깊이.
고기 반찬이 있는 날엔 사이드로, 나물과 두부 사이에서는 메인처럼 존재감을 뽐내는 아주 멋진 녀석이니
친해지는 건 분명 남는 장사다.
다음 주 점심 도시락 반찬으로 계란말이는 어떨까.
나는 아직도 흑백요리사에서 못 헤어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