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로 도시락 케어 하세요
카레, 급식 먹던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입니다.
잔반 없는 날인 매주 수요일에 가끔 나왔던 샛노란 '카레라이스'
그때는 '카레'나 '커리'보다 '카레라이스'라는 말을 더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황금빛 카레에는 새빨간 김치와 방망이를 닮은 핫도그가 항상 세트였습니다)
그 때 그 초딩이 이젠 어른이 되어 점심과 저녁 메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민에 카레는 아주 훌륭한 해결책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곰탕처럼 한 번 해두면 질릴 때까지 먹을 수 있는 대용량 음식의 끝판왕이니까요.
게다가 달큰한 맛이 나는 당근을 굳이 하나하나 골라낼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재료들만 넣어서 만들면 됩니다. 질릴 이유가 없습니다.
슥 비벼서 한 그릇 싹 먹을 수 있으니 간편하고 설거지도 줄어듭니다.
도시락을 싸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카레는 '육각형' 그 자체입니다.
어려울 거 없습니다. 시작해보시죠.
고형(또는 가루형) 카레
양파와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들 Ex) 감자, 브로콜리, 피망, 버섯 등
제 카레의 주재료는 양파, 소고기, 그리고 양송이 '많이'입니다.
1. 양파 캐러멜라이징
양파를 찐한 갈색빛이 날 때까지 볶아줍니다. 버터나 식용유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희끗한 부분 없이 전부 찐한 갈색빛이 날 때까지 볶아야 제대로 된 캐러멜라이징입니다.
(중간에 ‘이게 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아직 멀었습니다. 확신이 들 때까지 볶으세요.)
2. 양송이 추가
양송이를 송송 썰어주세요. 씹히는 식감이 중요하다면 깍둑깍뚝 썰어주셔도 좋습니다.
양송이가 숨이 죽어 곤죽이 된 양파와 한 몸이 되면, 물을 살짝 부어 바닥에 눌어붙은 부분을 긁어내 주세요.
(요리 용어로는 *디글레이징 / 잘 긁어내면 훌륭한 풍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3. 물 추가
생수 1L를 붓습니다.(*4-5인분 기준)
재료가 잠길 정도로 넣어주세요. 아니면 카레 뒷면의 레시피를 참고해 계량해주세요.
4. 카레 넣기
고형 카레 두 칸을 넣으면 4~5인분 정도가 나옵니다.
혼자 먹는다면 최대 5일까지도 가능합니다. 금방 물에 녹으니 막 으깨실 필요는 없습니다.
5. 끓이기
약한 불(하이라이트 기준 5 정도)에서 20~30분간 뭉근히 끓입니다.
수프같은 느낌의 텍스쳐로 걸쭉하게 끓여줍니다.
5분 간격으로 저어 주며 바닥에 눌어붙는 걸 방지해주세요.
6. 완성 및 소분
작은 통에 소분해 담으세요. 비볐을 때 희끗한 부분 없이 잘 비벼지겠다 싶은 양이면 됩니다.
(*꿀팁*) 살짝 큰 통에 담아야 카레와 라이스를 합쳤을 때 넘치지 않습니다
어렸을 적 '잔반 없는 날'에 가끔 등장했던 카레라이스. 그걸 먹는 건 주로 초등학생들이었겠지만 요리를 하는 사람들은 다 큰 어른들이었겠죠. 그들도 잔반 걱정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어서 누구나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을 법한 카레를 수요일 식단표에 적어 넣은 게 아니었을까요.
( 카레...영어 철자를 그대로 옮겨 적으면 C A R E )
돌이켜보면 잔반 걱정이든 메뉴 고민이든 잘 케어해주는 게 카레의 본질인듯 싶습니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직장인분들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들로
카레 한 소끔 끓여놓고 한 주동안 자신을 케어해보는 건 어떠실까요.
다가올 한 주, 메뉴 걱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서
조금은 더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