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리잇터 Nov 03. 2024

도시락으로 해방하기

도시락 휴식법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한 지 어느새 2년 5개월.
점심으로 도시락을 싸 다닌 지는 1년 7개월.

점심의 65.52%를 도시락으로 해결한 셈입니다.

누군가는 묻습니다.
“안 바빠요?”
“도시락을 언제 싸요? 저는 절대 못 할 것 같던데.”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29cm에서 도시락 통과 보냉백을 결제한 날은 제 광고 커리어에서 가장 바빴던 시기였습니다.


큰 규모의 클라이언트를 모시기 위해 2주간 경쟁 PT를 준비했고, 다행히(?)도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기쁜 건 ‘수주’ 소식을 들은 당일 잠시였어요. (그날도 새벽에 퇴근해 비몽사몽이었습니다.)

광고주도 바꿀 수 없는 BIG 프로젝트 온에어 일정에 맞춰 마치 풀코스 마라톤 반환점을 지나 다시 뛰어야 했습니다. 일정은 바꿀 수 없는데 광고주의 요청은 계속 바뀌어서, 우리 팀은 수백 개의 카피를 쓰고, 디자인을 수정하며 살인적인 스케줄에 휩쓸려야 했습니다.

새벽 2시에만 퇴근해도 “오늘은 일찍 가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죠. 총알택시를 타고 집에 가서 잠시 자고, 다시 출근하는 일이 3주간 반복되었습니다.


10시 반까지 출근해서 해야 할 업무를 정리하고 피드백을 확인하면, 바로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출근한 지 1시간도 안 됐는데 말이죠. 점심을 먹기 전 10분 간 열렬한 토론에 참가해야 합니다. 

“오늘은 면이 별로다.”
“부대찌개는 싫어.”
“근처에 떡볶이는 없나?”

매일 점심마다 각자 취향의 교차점을 찾아야 했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가 돌아왔습니다. 

그게 매일 반복되니 그 자체로도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꾸깃꾸깃한 게 매력인 갈색 크라프트 종이 질감이 멋진 가방을 사고, 

3찬을 담을 수 있는 심플한 도시락 통도 샀습니다.


덕분에 매일 점심 10분 토론에서 ‘무조건 열외권’을 얻었고, 

점심시간 중 30분은 자유 시간이나 명상 혹은 취침 시간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도시락 매일 싸는 거 힘들지 않아요?”라는 질문에 

“전혀요, 오히려 더 쉴 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답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지속 가능한 도시락 라이프’를 위한 저만의 꿀팁, 메뉴 선정, 간단한 레시피들을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유독 피곤한 직장 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 주세요.

어쩌면 도시락이 당신을 그 피곤에서 해방시켜 줄지도 모르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