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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국진 Jul 29. 2020

[PD꿈꾸기]
그 옛날 KBS공채합격 후기

지금도 이 방법이 먹힐 사항이 있다!

본격적인 방송사 공채준비에 도움이 될 만한 공부방법과 흔들리지않고 꿈을 키워갔던 노하우

그리고 PD가 되면 너무나 행복할 많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전

딱딱하지만 열정넘쳤던 2005년에 작성한 합격후기를 올려봅니다.

"아...이 작은 사원증을 얻기 위해 좁은 고시원에서 숏다리를 먹다 경찰이 출동한 일도 겪었는가..."

*숏다리 경찰출동 사건은 투비 컨티뉴우.....


KBS 한국방송 신입 사원 입사 후기 


컴퓨터 모니터 빛만 보이는 어두운 방안에서 어떻게 이 기쁨을 다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내게도 이런 행복이 와도 될까 의구심도 듭니다. 한 동안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다 2년 전 본격적으로 한국방송 공채시험을 준비했던 작년 여름으로 돌아가 봅니다. 쓰디쓴 최종면접 실패의 어제, 합격의 기쁨 오늘, KBS에서 새로운 도전의 내일에 대해 이야기 하려합니다. 먼저 합격한 선배님들의 후기를 읽으며 큰 도움을 받았던 저도 제 후기가 앞으로 도전할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 KBS... 제대로 준비도 못한 네가 서류통과를? 

2003년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영어를 공부한다고 무심코 청주에서 서울로 상경한 저는 영등포의 한 고시원에서 강남 역의 유명한 영어학원을 다녔습니다. 평소 방송사에 입사하는 꿈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흔히 cut line으로 알려진 높은 토익점수를 내기 위해 매일 학원을 다니던 중 KBS 채용공고가 났습니다.

원서를 내겠다고 함께 공부하던 선배들에게 말했더니 "영어공부나 열심히 해라, 네 정도로 서류통과나 될 수 있겠냐?"라며 핀잔만 들었습니다. 오기가 생겼습니다. 서류합격이 됐습니다. "오~운 좋게 됐는데 시험공부는 지금 해서 되겠냐?" 필기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최종면접까지 갔지만 2003년에 KBS는 저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도전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시작이었습니다. 준비한 시간에 비례한다기보다는 열정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큰 사실을 알았습니다. 작년의 뼈아픈 실패로 좌절보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지금에 와서는 KBS에 대한 애사심이 더 커졌습니다. 2004년 겨울, 한국방송은 저를 불렀습니다.   


2. 자!, 그럼 과연 나는 방송이 체질에 맞을까? 

최종면접에서 불합격 후 졸업을 얼마 안 남겨둔 10월의 마지막 주, 지역방송사 시험도 떨어지고 한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졸업 후 취직을 할 것인가 대학원을 갈 것인가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방송사 채용시험을 포기할 수 없다. 한번에 공채시험으로 들어 갈 수 없다면 방송이라는 직업이 나한테 맞는 지 먼저 일해보자"였습니다. 그러나 지역대학생이 방송사 프리랜서의 일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경력직을 찾는 일이 대부분이었고 공중파 방송사 채용공고는 시기가 맞지 않아 나오지 않던 때였습니다. 방송사 홈페이지를 하릴없이 뒤적이다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 나온 프로듀서들의 이메일 주소를 보고 무작정 이력서를 보냈습니다. 어떤 일도 좋으니까, 언제라도 좋으니까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그래서 연락을 받은 곳이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었습니다. 관심 있게 봤던 미디어 비평의 개편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며 면접을 보러오라던 전화에 그 길로 서울로 갔고 KBS공채시험에 떨어진 직후 그 팀에서 조연출로 일하게 됐습니다. 일을 시작한 후 일주일 뒤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 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조연출로 일할 수 있겠냐고...고민했지만 먼저 뽑아준 곳에 적응도 못한 시기였고 인사만 드리고 일은 못해본 시기였기 때문에 과감히 거절했습니다. 올해 6월까지 8개월 정도 일하면서 나름대로 방송마인드가 생기게 됐고 방송 일이 재미로, 멋으로 하는 일이 아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역시 어디에 있던 먼저 다가간 자에겐 기회가 있고 방송경험을 통해 나에게 이 직업이 아니면 안 돼 라는 생각을 심어준 좋은 기회였습니다.   


3. 어라? 작년과 시험과목이 다르네? 그러나 나도 작년과 다르다. 난 무기가 있어! 

본격적으로 일하면서 하고 싶은 내 의견이 많이 반영될 수 없는 위치의 서러움과 방송사 공채시험의 광고가 자주 나오면서 일하면서 시험을 보려했던 마음이 바뀌게 됐습니다. 좋아하던 방송 일을 관두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지만 공채시험에 전력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었던지 1년여간의 고시원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작년 시험을 준비할 때도 도서관보다는 방에 TV를 켜놓고 공부한 습관이 있어 도서관에는 한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공무원 국어교재와 고등학교 국어자습서를 사서 TV를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그러던 중 KBS 청주총국에서 방송아카데미 수강생을 뽑게 됐고 참가해 우수상도 받았고 그 덕분에 가장 가고 싶어하는 KBS에서 VJ로 일하면서 내 이름을 건 방송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지역방송사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입상은 못했지만 근소한 차이로 탈락됐다며 기념시계도 선물 받았습니다. 또 대학 재학 중 다녔던 대학방송국 생활과 함께 지역방송사 리포터 일...입사원서를 쓰기 전 저의 준비는 이렇게 내가 스스로 방송을 진심으로 원하는가, 체질에 맞는가에 대한 질문에 경험으로 답을 했고 저의 쉴 새 없는 이러한 시간들은 시험 중 가장 큰 무기가 됐습니다. 면접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모두 자동소총처럼 답을 했던 것도, 합숙평가 때 즉흥적으로 만들었던 프로그램 아이템도 모두 저의 경험 속 질문에서 나왔던 것들이었습니다.   


4. 내 질문은 내가 만든다. 이력서에 내 모든 열정을 담아라. 왜? 

KBS의 입사하기 위해서는 1차로 서류전형 단계를 거칩니다. 올해는 이전에 한국어능력평가가 있었지만 본격적인 채용시험을 하기 전 서류전형이 있습니다. 토익점수와 한국어 능력평가 자기 소개서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이 전형에서 느꼈던 점은 높은 토익점수와 한국어 능력시험 고 득점자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얼 만큼 KBS에 들어가고 싶습니까? 미리 보여주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열정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력서 한 칸에도 자기 생각이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하물며 이메일주소나 대학학과, 이름에 담긴 뜻, 전화번호 뒷자리에 담긴 의미 등 시시콜콜하다고 느낀 부분에도 "왜?"라는 질문을 꼭 해봐야합니다. 그리고 답을 생각해 놔야 합니다. 그 답도 어떻게든 방송과 KBS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제가 위에서 말한 질문들은 모두 2년 간 KBS최종면접에서 받았던 질문입니다. 한 예로 제 이메일 주소는 "KBSKOPD"였습니다. 이렇게 미리 생각 후 준비를 해놓으면 면접은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떻습니까 회사 신입사원으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의 이메일 주소가 회사이름이다...당신이 면접관이라면 어떻게 느끼실 거 같습니까? 감히 말씀드립니다. 토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열정이 담긴, 질문이 담긴 이력서를 만드는 일입니다. 또 면접시 신입사원다운 패기를 보여주십시오. 말만 신입사원이지 행동은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습니다. 90도로 인사하십시오. 그리고 소리치십시오. KBS! 꼭 들어가고 싶습니다.! KBS 프로듀서 꼭 하고 싶습니다. 꼭 뽑아 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식상하다구요? 다 아는 것처럼 얌전히 행동하는 사람 보다 훨씬 자신감 있어 보이지 않으세요? 다 그렇게 한다구요? 아닙니다. 꼭 하고 싶다고 소리치십시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십시오. 꿈만 꾸지 말고 꿈을 이루는 절차에 합류하십시오. 여러분 스스로가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열정과 희망을 키우고 평가는 KBS에 맡깁시다.  


5. TV를 안보고 방송국에 입사 한다구요? TV를 만드는 일을 TV에서 찾으세요!! 

도서관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저에겐 아까운 시간이었습니다. 매일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뉴스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놓치는 일은 영어 한 단어보다 절실했습니다. 친구들에게 미안해하면서도 KBS 채널을 고정시켜놓았고 관심 있는 프로그램과 비슷한 타 방송사 프로그램은 다시 보기를 통해 보고 비교했습니다. 물론 잊어버리기 전에 나만의 노트에 기록을 했죠. 방송사 준비를 할 때 혼자서 가장 중요한 공부가 뭘까 고민하다 TV보기가 가장 큰 공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이런 생각은 우연이 아니라 실제 시험에서 적중했습니다. 필기시험에서 나왔던 문제는 모두 TV프로그램과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TV를 보고 "왜? 나는..."이라고 생각했던 분들은 모두 풀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면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왜 KBS? 왜 그 프로그램을 좋아하나? 좋은 점은? 나쁜 점은? 너라면 어떻게? 들어와선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 왜?" 모두 TV안에 답이 있습니다. 방송사 입사가 희망이신 분들! TV를 보세요 합격의 길이 작은 상자 안에 예쁘게 포장돼 있습니다.   


6.KBS 고피디의 또 다른 꿈 

바라던 프로듀서가 됐습니다. 저의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정말 웃긴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KBS 사장이 제 또 다른 꿈입니다. KBS내에서 KBS사장이 나온다면 제가 굳이 사장이 안 되더라도 제 꿈은 이룬 셈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꿈들이 현실이 되면 끝이냐구요? 또 꿈의 현실을 찾아 도전할 겁니다. 그 도전은 KBS에서 이루어집니다. 이제 여러분의 꿈을 KBS 매점에서 듣고 싶습니다.

보이는 방송에서 보는 방송, 들리는 방송에서 듣는 방송을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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