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야드, 베슬, 하이라인
소호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34 St-Penn 역에서 내린 후 서쪽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30 허드슨야드 빌딩이 나오고 그 앞에 사진으로만 보던 정말 특이한 모양의 건축물인 '베슬'이 있다. 허드슨야드 개발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상징물로 허드슨야드 공공광장의 한가운데 웅장하게 자리 잡은 베슬은 현재 들어갈 수는 없다고 한다. 구글로 살펴보니 자살자가 너무 많아 폐쇄되었다는 이야기를 보고 마음이 착잡했다. 나는 해가 지는 오후 5시 정도에 와서 외관의 독특한 디자인만 느낄 수 있었지만 햇빛이 쨍쨍한 낮에 오면 사방으로 반사되는 빛을 보는 재미도 있다고 한다.
이 날은 정말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바로 옆이 허드슨 강이라 그런지 강바람이 정말 세게 불었고 강 바로 옆으로 갈 수 있는 하이라인 뷰포인트도 폐쇄되어 막혀있는 것을 보고 몸과 마음이 다 힘들었다.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확 내 머릿속에 꽂혔다. 카페에 앉아 살짝 눈을 붙일 요량으로 허드슨 야드 쇼핑몰로 들어갔는데 카페는 다 만석. 다행히 2층 쇼핑몰 한편에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바로 앉았다. 겨울 여행의 힘듦은 역시 추운 날씨를 몸에 힘을 줘 버티는 과정과 무거운 옷 때문에 쉽게 생기는 피로감 때문이 아닐까. 숙소 침대에 누우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하며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다시 깨니 살짝 몸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었다. 시간은 오후 5시 30분. 구글맵으로 보니 숙소는 첼시마켓과 꽤 가까웠고, 하이라인을 통해 첼시마켓으로 가서 구경하고 숙소로 가면 딱 맞을 것 같았다. 허드슨야드 쇼핑몰을 나오니 아직도 바람 강도는 여전히 셌다. 맞바람을 거슬러 걸으면 살짝 몸이 휘청일 정도였다. 다행히 하이라인으로 들어서 건물 사이를 걸으니 바람은 이내 잦아들었다.
한국의 서울역에 뉴욕의 하이라인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서울로를 걸은 적이 있다. 하지만 하이라인을 직접 걸으니 서울로 가 이 거리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느낌이 달랐다. 서울로는 사실 하이라인의 "폐도로를 활용해 보행로로 만들자."의 모티브만 단순히 따온 것 같았다. 하이라인의 출입구와 연계해 문화시설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하이라인을 환승통로로 이용해 걷게 만든 것이 가장 서울로와는 다른 것이었고, 첼시마켓이 그 수혜를 본 대표적인 예였다.
하이라인을 걷다 보니 생각보다 주변 건물과 굉장히 가까워서 이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은 바깥의 시선에 신경이 쓰일 것 같았다. 또 워낙 관광객이 많다 보니 더욱더 삶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까웠다. 내가 걷던 그 시간에도 남미 특유의 활기찬 톤으로 가득한 한 무리의 학생들이 내가 가는 방향으로 천천히 걷는 통에 한동안 어쩔 수 없이 느리게 걸었어야 했다. 날이 좋은 성수기 때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거리를 걸을까 싶었다. 그래도 거리가 워낙 예뻤고, 건물 3~4층 높이에서 뉴욕의 시내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정말 매력적이라 오히려 느리게 걷는 것이 이 거리를 걷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의 차도 한가운데서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 것 또한 큰 장점이었다.
하이라인을 걸은지 20분 정도 되니 첼시마켓을 갈 수 있는 출구가 보였다. 이곳에서 한국인이 보통 방문하는 루트는 첼시마켓을 구경하고 유명한 랍스터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 바로 맞은편 구글 본사(?) 입구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다. 전 세계에 6개밖에 없다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에서 이곳에서만 파는 시그니처 메뉴를 먹는 것은 덤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후다닥 한 번에 다할 생각으로 하이라인의 출구를 내려갔다.
#정리
1. "허드슨야드-하이라인-첼시마켓" 루트로 꽤 많은 거리를 걸었다. 겨울의 허드슨 야드는 바람이 정말 강하게 불었고, 허드슨 강을 볼 수 있는 뷰포인트로 가는 길은 한시적으로 폐쇄되었다.
2. 하이라인은 뉴욕 시내를 약간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정사각형 구획으로 나눠진 뉴욕 시내답게 차도 한가운데에서 도로 쪽을 바라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뉴욕의 도로와 주변의 건물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미국 여행 꿀팁 11
1. 베슬은 자살자가 많아 들어갈 수는 없다. 화장실 또는 잠시 쉬어야 할 때는 바로 옆 허드슨 야드 쇼핑몰을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