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마켓과 랍스터 플레이스, 구글본사
첼시마켓은 오레오 쿠키가 최초로 생산된 과자공장을 1997년 어빈 하멜이라는 개발업자가 개발한 복합 문화공간이다. 민간이 추진한 개발사업으로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용도로 재탄생시킨 개발업자의 비전이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내가 갔던 25년 1월에는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이 건물의 최초 준공일이 1800년대 후반임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공사가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뉴욕은 건물의 역사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 재개발과 재건축이 굉장히 까다롭다고 한다. 그러니 평균 100년 이상된 건물이 즐비하고 유지보수를 꽤 자주 한다고 한다.
공사를 위해 설치한 외부강관비계 때문인지 입구 찾는데 살짝 애를 먹었다. 사실 입구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복도 끝에 가게로 막혀있고 위, 아래 어디도 통하는 길이 없어 다시 나와 건물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찾은 문으로 들어가니 겨울답게 화려한 전구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기본적으로 빨간 벽돌로 만들어졌고 긴 복도를 따라 가게들이 쭉 배열되어 있었는데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기념품, 오락실, 서점 등 다양한 장르의 샵들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의 힙한 감성답게 복도의 천장에는 배관을 가리지 않고 배관과 철골을 노출시켰고 살짝 낮춰놓은 조명의 조도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차분하게 잡아줘 오래된 공간이 주는 특유의 아늑함을 더욱 강조해 주었다.
나는 여기서 한국 여행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랍스터 플레이스'에서 랍스터를 포장해 숙소에서 먹을 계획이었다. 다행히 사람이 많이 없었고 들어가니 한국인의 성지답게 한국인 여행자 두 분이 맛있게 랍스터를 먹고 계셨다. 자세히 보니 통랍스터였는데, 나는 귀찮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살이 다 발라져 있는 랍스터롤과 수프 같은 클램차우더가 있는 '랍스터롤 콤보박스'를 주문했다. 빵 위에 랍스터 살을 가득 올려먹는 음식인데 숙소에서 먹어본 랍스터롤은 정말 맛있었다. 당차게 주문하고 내 주문번호가 불려져 픽업대에 갔는데 그냥 음식이 담겨있는 박스만 주는 것이었다. 내가 가져갈 거라고 하니 그제야 주는 쇼핑백. 이거 분명히 내가 포장이라고 얘기했는데 또 동양인이라고 일부러 안 준 것 아닐까?라는 피해의식 속에 총총걸음으로 가게를 빠져나갔다.
첼시마켓 남쪽문으로 나가면 바로 앞에 GOOGLE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보인다. 누가 봐도 구글 본사인 것 같은 건물은 실제로 구글 본사였고 2조 원 가까이 들여 매매했다고 한다. 건물이 사진으로 다 안담길만큼 정말 컸고 1층은 일반사람들도 들어갈 수 있는 구글스토어로 꾸며놓았으나 나는 구글의 간판과 건물의 겉면만 사진을 남기고 바로 옆에 스타벅스로 갔다. 시간은 그렇게 늦은 시간이 아닌 오후 5시였으나 이미 걸음은 3만보를 넘어간 상태였고 정말 정말 피곤했다. 나라는 사람은 '이따 숙소에서 씻고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켰을 때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상상으로 버티는, 뉴욕이라는 여행지에서조차 집돌이 습성을 못 버리는 ISFP였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뉴욕은 세계에서 6개밖에 없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 중 하나이다. 여기서만 파는 시그니처 메뉴를 먹어보고 될 수 있으면 기념품도 몇 개 사려했으나 내가 간과한 게 있다면 여기 스타벅스는 우리나라처럼 사이렌 오더가 없다는 것. 무조건 직원에게 영어로 주문해야 된다는 것.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기 시작하고, 아이폰의 파파고를 켜서 주문 예행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주문하려고 줄을 섰다가 갑자기 영어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뭔가 사려는 걸 잊은 척 급하게 줄에서 빠져나간 건 안 비밀. 과연 난 무사히 주문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정리
1. 첼시마켓은 우리나라의 성수동 같은, 오래된 공장건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른 용도로 재탄생시킨 복합문화시설이다.
2. 랍스터플레이스도 마찬가지고 첼시마켓의 가게는 기본적으로 셀프문화다. 그래서 팁을 굳이 주지 않아도 된다.
#미국 여행 꿀팁 12
1. 첼시마켓에 이용자를 위한 무료 화장실이 있다.
2. 랍스터플레이스 말고도 블랙시드 베이글, 타쿠미 타코 가게가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