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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망 Nov 08. 2024

놀이의 세계

“이제 밥 먹을 시간이야!” 어서 들어와야지”

“집에 어서 와.”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이 되자 여기저기 창문을 열고 엄마들의 큰소리가 들렸다.

유치원을 다니지 않았던 우리는 모여서 놀이터에서 늦은 시간까지 놀다가 집에 오곤 했다.

우리는 형제가 많아서 어떤 장난감이 없어도 모여서 잘 놀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놀이터에서 놀고 저녁을 먹고 나서는 언니들과 수다를 떨며 놀았다.


음료수가 선물로 들어오면 거실에 모여 팀을 짜고 볼링을 했다. 난 막내라서 심판을 보거나 깍두기로 언니들이 끼워줬다.          

이모가 우리 집 근처로 잠시 이사 왔던 때가 있었다. 이모에게는 자녀가 두 명 있었는데 쾌적한 아파트에서 넓은 공간의 각방을 쓰는 게 너무 부러웠다. 이모네 집 거실에서 사촌 동생이 컴퓨터로 고인돌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노는 것은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었던 이모는 방학이 되면 우리를 초대했다. 정돈된 넓은 부엌에서 직접 핫도그를 만들어주는 모습을 보며 찬탄했다. 빵가루를 곱게 바른 핫도그는 비단처럼 빛났다. 핫도그의 눈송이 같은 설탕가루가 떨어질까 어린 아기 다루듯이 소중이 만졌다. 화려한 꽃무늬 유리접시에 가지런히 놓인 핫도그를 볼 때면 케첩과 설탕이 꽃무늬를 가릴까 봐 신경 쓰며 깨끗이 먹었다. 


우리 집은 형제도 많고 그 많은 간식을 엄마가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할 수 도 없겠거니와 늘 그릇에 대충 쌓아놓은 음식들만 봐서인지 더 귀하게 느껴졌다. 자녀가 두 명이었던 이모네 집에 올 때면 한가진 여유로움이 부러웠다. 그 집에는 유행하는 요즘 장난감도 많았고 놀 수 있는 게임기도 여러 개가 보였다. 


이상하게도 이모네 아이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올 때면 그 어떤 장난감도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전투놀이를 하곤 했는데 집에 있는 이불과 베개를 쌓아놓고 “돌격”이라고 큰언니가 외치면 갖고 있는 양말을 만두처럼 만들어서 상대팀에게 던졌다. 만두양말을 다 던지고 상대의 베개로 쌓인 벽을 먼저허무는 팀이 승리였다. 이렇게 놀다가 한 팀이 이기면 다른 팀이 베개를 들고 와서 전투가 벌어지곤 했다. 방은 항상 더러웠고 이불과 베개들로 방이 깨끗한 날은 없었다.


 어릴 때는 내가 갖지 못한 장난감과 쾌적한 환경이 부러웠는데, 엄마가 되어 돌아보니 사촌 동생들이 늘 벅적한 우리 집을 부러워했던 것 같다. 워킹맘이던 이모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돌렸다. 놀이터에서 편하게 노는 날이 없었던 사촌들은 우리 집에 오면 환하게 웃었다.      


 요즘 어린 여자아이들에게는 하추핑 애니메이션이 대단한 인기다. ‘하추핑’의 계속해서 나오는 신제품 장난감을 보고 있자면 새로운 시리즈를 지하 암반수까지 끌어올릴 기세다. 새로운 제품에 열광하는 아이들이 엄마들의 주머니를 거덜 내는 ‘파산핑’이라는 이름이 적절한 것 같다. 혼자서 놀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서 필요한 장난감을 사주는 것이야 말로 끝이 없기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형제끼리 모여서 놀았던 내 세대의 놀이가 있다면 그 어떤 비싼 장난감도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인생은 추억을 먹고사는 것이라는 데 문득 나의 유년시절 언니들과 함께 왁자지껄 신나게 땀 흘리고 놀았던 시간이 행복했다. 유행하는 거창한 장난감이 없어도 재밌는 휴대폰게임이 없어도 함께 노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핸드폰 게임을 하느라 함께 노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형제끼리의 놀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저녁을 일찍 먹은 날이면 아이들에게 배드민턴 채와 공을 주며 재밌게 놀 시간을 준다. 핸드폰과 화려한 장난감 없이도 아이들 마음속에 기억에 남는 유년시절의 추억이 많았으면 좋겠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후에 “띵동”소리가 들렸다.


땀범벅으로 돌아온 아이들의 미소가 환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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