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날이 있었으면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행사가 많은 달이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어린이날에 극장에 처음 가봤었고 근처 큰 재래시장에 가서 먹거리와 큰 선물
하나씩 받았던 기억이 났다.
어린이날이 다가올 때면 받을 선물에 너무 설레어서 잠을 못 잔 적도 있었다.
어렸을 적 어린이날에는 “오늘은 나의 날이야! 내 맘대로 할 거야!”라고 큰소리치면서 놀았던 기억이 났다.
요즘 아이들도 선물이 달라졌다 뿐이지 그날의 설렘과 기대감은 다들 갖고 있는 것 같았다.
학교 과학시간에 “배추흰나비를 관찰하며 사진을 찍으세요!”
선생님이 말씀하셔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아이들이 핸드폰을 꺼냈는데 반에서 핸드폰 없는 게
둘째 아이뿐이었다고 하교하고 온 아이가 울먹였다.
‘선생님 너무 하시네. 요즘시대에 다 핸드폰 사라는 것도 아니고..’ 푸념 섞인 혼잣말이 나오지만
이내 핸드폰 하나 사줘야겠구나라고 결심했다.
올해 마지막 어린이날인 큰아이는 요즘 유행하는 캐릭터가 들어간 목에 걸 수 있는 선풍기를 받고 싶단다.
비가 많이 오던 어린이날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 하나씩 사주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먹고 싶다는 마라탕까지 풀코스로 함께 즐겼다.
아이들의 함박웃음에 “그래 오늘 잘 보냈어.”라고 남편과 눈을 마주치며 하루의 피곤함에 머쓱해서 웃는다.
마냥 챙김을 받던 나이를 벗어나니 여러 기념일을 직접 챙겨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만큼 쏜살같이 흐른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에게도 성년의 날이 있는 것처럼 ‘중년의 날’도 생기면 좋겠다.
그 시간 동안은 웃으면서 보낼 수 있게 중년을 위한 행사부스도 만들고
해보고 싶은 다양한 체험도 해보면서 ‘나를 챙기는 시간을 갖는 것’ 생각만으로 설렌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나를 챙기고픈 마음들을 숨기고 살아가야 한다.
어른이니까 약한 소리 하면 안 돼. 어른이니까 그 몫을 다해야지.
어른답지 못한 행동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
책임의 무게에 버거운 중년의 우리가 오늘만은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