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망 May 06. 2024

마음만은 스무 살의 로망

돌아갈 수 없는 청춘이어라.

대학생 때 나는 졸업 전시를  앞두고, 매일 밤 친구들과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친구 아버님이 작업실에 찾아오셨다.

매일 계속되는 철야 작업으로 집에 오지 못하는 자녀를 보기 위함이었다.

아버님은 철야에 지쳐있던 우리에게 고기를 사주시면서

“나도 마음만은 20대 청춘이야! 정말 너희들은 좋을 때구나!”

라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그때의 아버님은 청춘의 그 시간이 몹시 그리우셨던 것 걸까?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에 바싹 구운 삼겹살과 소주 한잔 걸치며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아버님의 그 말이 자꾸만 생각난다.     

그때의 나는 ‘마음만은 20대라... 그럼 50대는 재미가 없나?’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치열하게 본인의 작업에 집중하며 보냈던 우리의 불꽃같았던 열정을, 앞으로는 실패는 없을 거야라는

미래의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 20대의 시간들을 그리워하시는 것 같았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는데 두드리기만  할 뿐 열정적인 시도를 쏟지 못하는 나를 보면, 과거에 어떤 계산 없이 덤빌 수 있던 푸릇한 젊은 날이 떠오른다. 


청춘의 아쉬움이 있는 중년이 되니 그때의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도 나의 청춘을 붙잡고 싶은 걸까?     


몽글거리는 커피 향을 맡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40대 지금의 난 시간을 돌려서 20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 같다.

가득 찬 열정뒤에  혼란스러운 마음과 뭔가 결정되지 않아 갈팡질팡하며 좌절하는 그 시간들이 

그립진 않다.     


어쩌면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절대 늙지 않는 바람을 담은 말'이 마음만은 청춘일지도 모른다.


젊어지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해 애쓰며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나 혼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잘 지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혼자서도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깨우치고 그 과정을 나만의 기준으로 잘 풀어내는 중년의 삶으로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을 식어가는 커피 향을 맡으며 혼잣말을 되뇌었다.  


'생기 넘치는 청춘은 지났지만 내 기준을 갖고 살아가는 중년의 나이도 좋은 걸.'

이전 06화 어른의 나이인줄 알았던 마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