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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망 May 20. 2024

현재가 없는 일상

하루를 살아가며

부부작가로 활동하는 친구가 있다. 

작품활동을 굉장히 열정적으로 하는 친구라 늘 서로를 응원하고 각자의 속 깊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관계다.

최근 친구는 나에게 고민을 터놓았다. 


그림 작가인 남편의 일이 줄어들어 들어 생계가 힘든 상황이라고. 오래전에 했던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갈등중이라고 말했다. 깊은 고민의 무게가 울먹이는 음성에서 느껴졌다.


당장에 생활비가 걱정이고 어린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작가로 사는 것도 굉장히 치열하고 버거운 일이다.


여기에 생업까지 한다면 에너지가 한계가 있으니 아무래도 그림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건 

힘들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퇴근하고 온 남편의 처진 어깨를 보면 중년의 나이를 실감한다.

혼자서 전쟁통 같은 12시간의 육아를 버티며 살았던 나도 남편의 힘 빠진 어깨를 보면 맥이 풀렸다.


경기 악화로 일이 전 같지 않은 남편의 한숨 섞인 혼잣말이 들렸다.

‘참 버틴다고 버티는데 인생이 쉽지가 않아. 자신이 자꾸 없어져.’


뭐라도 해야 할 그것 같은 기분 나도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겠다.


못 들은 척 무심하게 반찬통을 꺼내서 저녁거리를 준비했다.

얼큰한 김치찌개에 좋아하는 나물 반찬 몇 개 올려서 저녁상을 차리고 남편을 불렀다.

“든든히 먹어. 오늘도 고생했어.” 


뒤돌아서는 쌓인 설거지와 집안일로 마무리했다.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만이 후회 없이 오늘을 버티는 게 아닐까?


우울한 기분을 가만히 두면 쓰나미처럼 커져서 불안까지 휘몰아치게 된다.   

  

또 사라질 슬픔

또 사라질 행복이지만

지금 현재의 마음을 잔잔히 위로하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고민과 걱정만 하다 써버리는 하루의 시간이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해보자고 친구에게 말했다.


슬픔에 가득 차버리면 현재를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다.


현실에서의 작은 기쁨을 하나씩 찾아보며 하루를 살아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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