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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망 May 27. 2024

감성 가득한 어느 저녁에

그 옛날 놀이터의 추억

     

10살인 둘째 아이는 학원 수업을 마친 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았다.

그 옆에는 분리수거장이 있었는데, 아이들의 시선에는 놀이 감으로 쓸 만한 것들이 제법 많았던 모양이다.


이것저것 살펴보던 끝에 플라스틱 그릇과 통을 가져오더니 꽃잎과 떨어진 푸른 잎사귀를 모아

귀중한 식량을 담듯 통 안에 담았다.     

오순도순 모인 아이들이 돌멩이를 가져와서 꽃잎을 빻고 물을 담아서 떡볶이를 만들었다.


동그랗게 쌓은 돌멩이가 가스레인지였고 플라스틱 그릇은 냄비였다. 

빨간빛이 나는 꽃잎은 고춧가루 묻힌 떡이었다.     


“오늘의 요리는 너무 훌륭하군요.”

“떡볶이 맛이 너무 맵지 않고 맛있어요.”

 풀숲 너머로 들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사랑스럽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어린 시절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난 어렸을 적 집 앞 놀이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저녁, 봉숭아 물을 들이기 위해서 동네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우리는 봉숭아꽃을 직접 따서 각자 집에 있는 비닐과 실, 백반 등을 준비했다.     

“마법의 가루를 넣을게요.”

“손톱이 이제부터 빨갛게 변신하겠네요.”


돌멩이로 곱게 빻은 투명한 다이아몬드 백반을 넣으며 속삭였다.

마법사가 된 것처럼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고운 가루를 뿌리는 시늉을 하면서 미소 지었다.     

백반과 뒤섞인 봉숭아 꽃을 손톱에 묻히고 비닐봉지를 작게 잘라 조심스럽게 감쌌다.


실을 돌돌 말아서 여러 번 감아준 뒤 매듭을 짓고 “다했다!”를 외치며 모두 환하게 웃었다.     

그때는 예뻐질 손톱에 잔뜩 기대하며 밤잠을 설쳤었다.


다음 날 주황빛으로 물든 서로의 손톱을 보면서 봉숭아 물이 첫눈 오기 전에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하며 해맑은 눈망울을 반짝였다.      


아이들이 만든 꽃잎 떡볶이를 보니 추억의 그 시절 감성에 젖어들었다.     


학원 일정이며 밖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이 없는 요즘 아이들은 늘 바쁘다.


예전과 노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놀이터에서 옹기종기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과 함께 한 소꿉놀이는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 옛날 빨강머리 앤과 다이애나처럼 아이들의 순수한 놀이에 추억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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