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망 Jun 03. 2024

인생의 조연

반짝이는 너의 인생을 응원해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놀다가 둘째 아이가 세게 넘어졌다.

큰 울음을 터트린 아이 때문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뭔가 억울했는지 토라져서 내 옆에 앉았는데 아이의 속상한 눈빛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친구 엄마와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음이 진정된 후에 다시 아이들 사이에 끼고 싶었는데, 

많은 무리와 함께여서 쉽게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 힘들어했다. 아이가 어릴 때는 “같이 놀자”하며 내가 무리에 잘 섞이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많았는데 언제까지 내가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얘기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했다.


많은 친구들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하는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


집에 갈까? 가만히 엄마 옆에만 앉아있을 거면 이만 집으로 가자.

네가 놀고 싶으면 친구들에게 큰소리로 “나도 할래!”라고 용기 내서 말하면 되는 거야.

“용기가 잘 안 나면 어떡해요?”

궁금해서 커져가는 눈망울이 사랑스럽다.


“용기가 안 날 수 있지. 그럴 땐 네가 많이 알고 지낸 한 명의 친구 앞에 가서 말하는 것도 방법이야.

 친구야 나도 놀고 싶어. 같이 놀자고 말이야.”

얼마만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는 숨죽여서 친구들이 노는 곳에 들어갔다.

 오래 알고 지낸 익숙한 친구 곁에 다가가 용기 내서 말했다. 

“나도 놀자”

“그래! 이제 연아도 같이 하자.” 

점차 밝아지는 아이의 모습이 보일수록 무리에 조금씩 더 섞여갔다.     


어릴 때 동네 아이들과 백설 공주 연극을 했다.

주인공은 어디서든 인기 많은 셋째 언니였는데, 그 순간 내가 울어버렸다. 

주인공에 뽑히지 못한 게 억울하고 속상했다. 

주목받고 싶은 나에게 아무도 관심을 써주지 않아서 목청이 떠나가도록 울면서 고집부렸다. 


그 결과로 주인공이 된 나는 신이 나서 백설 공주 망토를 하고 엄마의 립스틱을 발라서 

공주 흉내를 냈다. 

그 때는 주변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주인공이 된 게 너무 설레고 행복했다.

그렇게 주목받는 주인공의 모습이 영원할 줄 알았다.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는데, 인생의 풍파를 지내면서 주인공의 꿈은 

신기루처럼 사라져갔다.     


무리에서 위로받지 못한 조연이 되었다고 토라진 아이에게 속삭였다.


"연아야,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우리는 반짝이는 존재가 될 수 없어.

내 인생의 주인은 나 자신임을 잊어버리면 안 돼.

스스로 너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을 때, 남의 위로와 판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거든. 

그러니 남들의 위로가 없어도 괜찮아. "


"너로서 충분해."




이전 10화 감성 가득한 어느 저녁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