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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망 Jul 12. 2024

공부 잘하게 생겼다는 그 말!

언니들은 학교에서 유명한 모범생이었지만 노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책과 담을 쌓으면서 지냈다.

셈이 빠르지 않았던 나는 시험도 늘 많이 틀렸고 공부의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초등학교 4학년, 수학 시간이었다.

당시 수업에서 다뤘던 내용은 물질의 부피를 구하는 것이었다.

비커에 물만 있을 때의 부피와 큰 돌멩이를 올려놨을 때의 부피의 차이를 풀이해야 했지만, 학교공부를 등한시한 내가 그 문제를 풀 턱이 없었다.

학기 초였는데 수학 선생님이 나를 지목하며 풀어보라고 하셨다.     


“아…. 그게….”    

  

머뭇머뭇하자 선생님이 대답 못 하는 나를 보시며 놀랬다.     


“너 이거 몰라? 어휴…. 너 진짜 공부 잘하게 생겼는데…. 신기하네.”    

 

20년이 더 지난 이야기인데 아직도 내게 큰 상처가 된 일이다.     

선생님은 나를 굉장히 공부를 잘하는 아이라고 생각하셔서 지목하셨던 거였다.

그날의 선생님의 “몰라? 어휴”라는 질문 뒤에 한심스러운 표정이 너무 싫었다.   

  

여린 마음을 가진 어린이는 어른의 한숨 섞인 혼잣말과 눈빛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옆에서 지켜봐 주는 존재가 없는 난 배움이 느린 아이였으므로 학교공부가 늘 버거웠다.  

   

자매 중에 큰언니는 학교에서 1등을 휩쓸었고 뭐든 잘해서 동네에서 유명했다.

그런 언니는 한 번도 공부 잘하게 생겼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언니와 어른이 돼서 얘길 나누게 되었다.    

 

“공부 잘하게 생겼는데 공부 못하는 게 나은 걸까?, 아니면 공부 잘하게 생기지 않았는데 공부 잘하는 게 나은 걸까?”

“글쎄…. 난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네.”      


진지한 나의 질문에 역시나 모범생다운 대답이었다.


공부하느라 그런 생각조차 해 보지 않은 언니와 여러 가지를 신경 쓰느라 감정 소비를 많이 하는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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