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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망 Jul 05. 2024

남의 눈치를 보며 피곤하게 지낸 나에게

“외동인 사람? 음…. 두 명이군, 형제 두 명인 사람? 거의 다 두 명이구나. 그러면 형제 세 명인 친구도 있니? 혹시 모르니까 네 명이 있나? 없지?”     


조회시간, 선생님의 갸우뚱거리는 모습에 창피함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없지? 라는 질문에 선뜻


 “선생님 우리 집은 자매가 다섯 명이에요”


라는 대답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 선생님이 다섯 명까지 안 부르면 어쩌지…? 손들기도 창피하긴 한데….’      


나는 안절부절한 마음에 손톱만 물어뜯었다.

그 사이 선생님은 유유히 조회를 마치고 교무실로 가셨다.

멀어지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며 주저하다 수업시간 내내 하지 못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쉬는 시간에 선생님께 다가갔다.      


“선생님 아까 형제 몇 명인 거요…. 우리 집은 5명이에요.”

“응?? 뭐라고? 오 형제? 독수리 오 형제…? 응 알았어.”     


피식 웃으며 퉁명스럽게 답하는 선생님의 뒷모습에 후회가 됐다.   

   

‘얘기하지 말 걸 그랬나…?’     


선생님의 독수리 오 형제라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귀에 맴돌았다.      

‘독수리 오 형제라니…. 정말 용기 내서 얘기한 건데….’     


나는 놀림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의 놀리는 듯한 말투가 싫어서 그 이후에는 어른에게 할 얘기가 있어도 직접 찾아가서 하는 예는 없었던 것 같다.  꼬마인 나를 보면서 동네 어른들이     


“너희 집은 아들 낳으려고 한 거 아니니?”   

  

라고 웃으며 물을 때면 화가 나고 무안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무례한 말이었다는 것을 내가 어른이 되어 더 선명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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