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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망 Jul 19. 2024

자꾸만 토마토가 되라고 하는 너에게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 인기메뉴인 브런치 샐러드 세트를 시켰다.     


“회사에서는 자꾸만 토마토가 되라고 하는데 나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는 버섯이 좋거든. 눈에 띄는 빨간색 빛을 반짝이는 토마토가 되라고 하니까 부담스러워.”


“그래? 난 늘 반짝이는 토마토가 되고 싶었는데….”     


반짝이는 오일 드레싱에 금가루를 뿌린 듯 화사한 토마토를 포크로 만지작거리며 친구는 말했다.     

“회사에서는 더 주목받은 태도로 임해야 무엇을 해도 더 성과가 느껴질 수 있잖아. 토마토는 내 성격과 맞지 않아서 좀 힘드네.”     


무엇을 하든 반짝이는 토마토의 삶을 늘 선망했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화려한 토마토의 삶이 되어야만 내가 인정받는 것으로 생각했다.     

교외 체육행사에 나가고 싶다고 큰아이가 말했다.


“엄마, 이번에 학교에서 운동 잘하는 얘들 뽑아서 경기도 한대요. 저는 지원해보고 싶어요!”     


하고 싶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 줄 수도 있는데, 나는 큰아이의 운동신경이 어떤지를 잘 알고 있었다.     


‘토마토가 아니어도 괜찮을까?’     


존재감 없는 버섯이 아이의 삶의 방식이어도 그 자체로 괜찮은 건데, 난 빛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줄곧 아이를 버겁게 해왔는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체육대회 개인 예선에서 떨어졌어요. 경쟁자가 너무 많고 쟁쟁했어요”     


자신의 삶 속에서 충실한 버섯이어도 괜찮은걸.     


어쩌면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주부도 존재감 없는 버섯의 삶일지도 모른다.

같은 일이 반복되는 버섯의 일상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하루하루를 함께 보내며, 조금씩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해 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각자의 토마토의 삶이 아닐까.      


항상 그 자리에서 우직하게 자신을 지키고 있는 버섯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의미가 없는 일은 없어. 타인이 평가하는 반짝임에 흔들리지 말고 나의 버섯에 최선을 다하는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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