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메디아 Sep 18. 2021

친구라는 건 : 평범한 우리들의 조금 특별한 매일

「슬기로운 의사생활」 리뷰 (1)

「나의 아저씨」 리뷰에서는 '교육이란 무엇인가', 즉 교육의 의미와 본질에 대해서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졌다. 되게 거창한 주제였으나, 전문 지식이 부족한 탓에 가볍게 다루어졌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교육은 인간의 삶 전반에 영향을 주는, 삶 그 자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기에, 교육이 오로지 무겁게 여겨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교육(꼭 입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에 대해 일상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곧 우리의 삶에 대한 담론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교육을 주고받고 있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지난 30년 간 한국 교육의 대기권 속에서 호흡해 온 학생으로서, 나를 가장 전면적으로 교육해 온 주체들이 누구일까에 대해 고찰해본다. 좁게는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 과외 선생님, 수련원 선생님 등 '선생님'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로부터, 넓게는 가족, 친구, 애인, 길가에 서 있는 한식 음식점 입간판까지, 모든 요소요소들이 나를 교육해 왔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논하고자 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친구'다.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감각만으로 대상을 인식하는 감각운동기(0~2세), 감각 외의 세계 속 대상을 파악하는 전조작기(2~6세)를 지나 구체적 조작기에 들어선다. 전조작기에는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자아 중심성이 포인트라면, 구체적 조작기에는 이러한 자아 중심성에서 조금씩 벗어나 이타심의 영역에 들어서고, 사회적 언어의 발달을 겪게 된다. 이때부터 나와 같이 수업을 듣고, 나와 같이 뛰어노는 친구의 역할이 사회화에 있어서 아주 중요해진다.



구체적 조작기, 그리고 그 이후에 형식적 조작기를 지나 평생 동안 '친구'라는 주체는 사회적 인간에게 막대한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도 나라는 자아와 유사한 육체와 정신, 이성과 감성,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한 인간의 교육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제목만 보면 의사에 대한 이야기지만, 사실은 의사라는 수단을 통해서 우리의 생활 전반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드라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 동기 5명이 주인공을 맡아, 그들의 대학병원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사람 이야기를 드러낸다.



홍보 포스터는 이 드라마를 '평범한 우리들의 조금 특별한 매일'이라고 수식해놓는다. 우리들은 제각기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친구들끼리 뭉쳐 형성한 '우리'라는 주체가 매일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수단이 바로 의사 생활인 것이고. (의사라는 엘리트 직업군의 사람들을 '평범'하다고 묘사한 것부터, 의사에 포커스를 두지 않겠다는 의미가 엿보인다.)



우선,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더 나아가, 수많은 사람들 중에 이들을 '친구'라는 커뮤니티로 묶어주는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는 무엇보다도 '밴드'가 떠오른다.



5명의 오합지졸들이 한 병원에서 근무하게 근무하면서 밴드를 하게 된 것은 그 중 한 명인 양석형 교수 때문이다. 다음 글은 사회성이 지극히 결여된 양석형 교수가 친구를 통해 '교육'되는 장면들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다음)

이전 04화 지안의 끝 : 지안(至安),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