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리뷰 (3)
이 시리즈의 첫 번째 토막글에서 나는 가장 일상적인 방식을 통해 교육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가장 일상적인 방식을 드러내기에 드라마는 상당히 극적인 것이라, 우리들의 일상과 거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이에 관하여 가장 극적인 것이, 천편일률적일 것만 같은 우리들의 일상을 관통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글을 시작하고 싶다.
「나의 아저씨」에서 명장면을 하나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지안이 거리 한가운데에서 '잘못했습니다!'를 10번 외치는 장면을 꼽을 것이다. 이 장면에서 도달하기 위해서 수많은 배경과 인물, 그리고 사건들이 달려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의 아저씨」의 핵심을 드러낸다. 동시에 이는 내가 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용서의 길'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제공하고 싶었던 계기가 된 장면이기도 하다.
15화에서 동훈이 앞에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동훈을 향해 '잘못했습니다!'를 연발하는 장면에 도달하기까지, 5화에서의 '잘못했습니다!'가 존재했다.
여기서의 '잘못했습니다!'는 동훈의 밑에서 동훈과 함께 일하는 김 대리의 입을 통해 나온 대사다. 요약하면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1. 지안은 회사 회식에서 김 대리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2. 김 대리는 동훈에 대해 뒷담화를 했다.
3. 참다 못한 지안은 김 대리의 뺨을 때렸다.
4. 동훈은 이 내용을 모른 채 지안이 김 대리의 뺨을 때렸다는 사실을 알고는 지안을 타이르듯 추궁했다.
5. 동훈은 지안에게 직접 뺨을 때린 이유를 듣고는 김 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동훈은 김 대리에게 말한 것이다. "모른다고 말하지 말고 새끼야.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열 번 말해 얼른!"
이에 김 대리는 외친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 부장님, 제가 진짜 잘못했습니다.
-「나의 아저씨」 6화
이 부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사실 김 대리는 동훈을 무척이나 따르고 존경한다. 술자리에서의 뒷담화 역시 사장에게 일방적인 모욕을 당하는 동훈에 대해 속상함을 느낀 탓에, 술기운에 충동적으로 한 것이다. 동훈 역시 이를 알기에, 그래서 김 대리를 당연히 용서한다.
하지만 이 당연스런 용서의 과정은 '용서하는 자'가 '용서받는 자'에게 일방적으로 '용서'라는 단물을 제공하는 것으로 단순히 끝나지 않는다. '용서하는 자'인 동훈은 '용서받는 자'인 김 대리에게 당당하게 '잘못했습니다 x 10번'을 요구한다.
이때 김 대리는 주변 상황을 고려치 않고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잘못했습니다!'를 외치며 사과하는 것이다.
김 대리는 온몸으로 진심을 던져 사과하고, 동훈은 진심을 받고 용서한다. 이 지점에서 지안과 시청자는 용서에 진심이 요구된다는 점을 배운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지안은 동훈을 도청하고 있으므로, 동훈과 김 대리 간의 전화통화 역시 듣게 된다. 지안이 원격으로 접하게 된 용서의 과정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을 테다. 험한 길을 살아 온 지안에게 사과와 용서의 마음이 상존했던 적은 없었을테니.
교육의 본질에 대해 파헤쳐보고자 한 글에서 용서를 다루는 이유는, 용서가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큰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면, 용서만큼 교육적인 행위가 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사과와 수많은 용서를 반복한다. 내가 용서하는 자가 되기도 하고, 용서받는 자가 되기도 한다. 그 일련의 짜릿하고 뼈아픈 과정 속에서 우리는 실수, 실패에 대한 성찰을 통해 조금 더 거듭난 '우리 자신'을 마주한다.
그러므로 조금 더 잘 사과하고, 조금 더 잘 용서하는 법을 알면 조금 더 우수한 교육이 발생할 것이라 믿는다.
한편, 본인의 잘못한 점에 대해 미안함의 감정을 갖거나, 혹은 자신을 괴롭히는 광일에 대해 용서의 마음을 가진 적 없는 지안은, 동훈을 도청하는 불법적인 일을 통해 용서를 교육받게 되는 묘한 경험을 한다.
이후 지안은 여태껏 동훈을 도청한 사실을 들키게 되고, 도망치려 거리로 나와 되뇌인다. 주저앉아 흐느끼며 끊임없이 말한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잘못했습니다!
-「나의 아저씨」 15화
지안 앞에 동훈은 없다. 5화에서의 '잘못했습니다'와의 차이는 이것이다. 진심이 전달되지 못하는 것. 그러나 도청을 통해 쌓아 온 동훈에 대한 믿음, 동훈으로부터 받아 온 위로가 있었기에, 앞에 동훈이 없어도 지안은 끊임없이 진심을 읊어낸다. 설사 전달되지 않더라도, 지안은 흡사 유일신에게 기도문을 외우듯 진심을 뿜어낸다.
차이는 또 있다. 진심을 요구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대리는 동훈의 요구에 '잘못했습니다'로 화답한 것이지만, 지안은 동훈이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잘못했습니다'를 전달하고자 한다.
눈 앞에 없어도, 시키지 않아도, 진심을 다해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통해, 이미 지안은 전보다 거듭난, 교육된 사람임을 증명한다.
피교육자로 하여금 '비자발'에서 '자발'로 넘어가게 만드는 것은 교육의 본질이자, 교육의 책무라고 본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시켜서 공부하는 것'에서 '잘하기 위해 알아서 공부하는 것'으로 넘어가게 유도하는 것 역시, '잘하는 것' 자체 이상으로 중요한 교육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는 직접적으로 의도된 방법보다, 의외로 믿음, 위로, 용서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체험함으로써 구현되기도 한다. 「나의 아저씨」는 이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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