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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Apr 12. 2023

내 나이 스물넷, 그의 보호자가 되었다

커튼 속에 가려진 작은 공간 속에서 우리는


그가 말한 것처럼 그가 수술했던 다리, 정확히는 발 쪽에 염증이 차올랐다. 염증을 짜내도 계속 차오르는 염증의 원인을 몰랐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그저 항생제를 놓아주겠다는 답변을 주었다. 그의 손에는 두 개의 주사 바늘이 꽂혔고, 그는 수액과 함께 항생제를 맞으며 염증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나는 토요일까지 일을 해야 했지만 출근 전에 잠깐씩 들러, 그의 식사를 챙겼고, 일이 끝난 후, 11시가 다 된 시각 그가 있는 병실에 도착해서 그의 곁을 지켰다. 일해야 했던 그의 아버지와 연세가 많아서 그의 간호를 할 수 없던 할머니를 대신해서 나는 그의 보호자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간호사 혹은 의사들이 오가며 내게 설명했던 말들이 어린 내가 이해하기엔 어렵고 버거웠지만 짐짓 어른인 척,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들의 말을 듣곤 했다.


아직은 보호받고 싶었던, 어린 날의 우리.

그가 먹고 싶다던 맥도널드 베이컨 토마토 디럭스 버거를 사서, 6인실 한편에 자리했던 커튼 뒤에서 햄버거를 나누어 먹던 게 어울렸던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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