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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Apr 12. 2023

그가 죽지 못해서 견뎠다던 재활의 시간

나는 왜 더 빨리 이 사람 앞에 나타나지 못했을까


나는 이틀에 한 번은 그의 병실에 마련된 간이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곤 했다. 그는 내가 좁고 딱딱한 간이침대에 누워 자는 걸 미안해했고, 철없던 우리는 종종 그의 좁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함께 잠들기도 했다.


모두가 잠든 밤, 침묵만이 맴돌고, 병원 기계음이 내는 소리가 유일한 소음이었던 병실 속이었지만 둘이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우리는 잠들지 못한 밤이면 휴게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나 예전에 수술 잘못되고, 못 걷는다고 했었거든. 병원에서도 포기했었는데 나는 포기 안 했어. 그런데 그게 너무 힘들어서 맨날 일기를 썼어. 혼자 있으니까 할 게 없었거든. 항상 담배 피우고, 일기 쓰고 그게 다였어. 그러다가 조금씩 걷게 됐지. 그런데 재활하면서 보조기를 차고 다녀야 했거든. 하루는 그걸 차고 친구들을 만났는데 친구들이 피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느낌이 들더라. 물론 내 자격지심일 수도 있어. 어쨌든 그런 느낌이 드니까 사람 만나는게 싫더라고. “

“왜 피했는데? “

“걸을 때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거든. 달그락, 달그락.”


그가 힘없이 내던 달그락 소리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를 조금 더 빨리 만났더라면 그가 덜 아팠을까. 그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옆에 있어 주지 못한 게 미안했다.


“미안해. 내가 옆에 있어 줬으면 좋았을 텐데. 대신 앞으론 내가 항상 옆에 있을게. “


진심이었다. 나는 아팠던 그의 곁에 머물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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