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아이들

by 반동희

지난 12일 광장엔 아이들이 많았다. 나는 저때 아버지 손잡고 스포츠 경기장 다니기 바빴다. 운동장에서 뛰어놀거나 밀린 학습지를 엄마 몰래 숨기고 외갓집 가서 사촌 형이랑 게임했다. 그런데 그날 거기 아이들은 광장에서 붉은 팻말을 들었다. 앞 세대의 불행은 뒤 세대가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을 갉아먹는다.


지하철역 보증금 환급기가 혼잡다. 평소 수도권 지하철 이용할 일이 없던 시민들이 많음을 뜻했다. 지방에서 올라왔을 수도 있다. 아니면 굳이 서울로 지하철 타고 올 일이 없었던 시민들이 움직인 거다. 시대착오적 부조리는 지구 최강 노동 강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주말도 갈아엎었다. 이따금 외국인도 보이는데 묘한 웃음과 크게 뜬 눈이 그들 대부분의 표정이었다. 그 의미를 추측하고 싶진 않다.


맨땅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동시대 사람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다. 그들 손에 있는 태극기는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마이크 소리에 맞춰 머리 위로 흔들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 무릎 위에서 엇박자로 샌 발음을 다. 알아 듣기 쉽지 않은데 구슬프게도 '박근혜'만은 또렷이 들다.


꼭두각시 한 명과 몰상식한 몇몇 때문에 이 광장이 들썩거린다는 게 원망스럽다. '훗날 내 자식한테 창피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나갔는데 그런 일차원적인 논리로 나간 게 더 창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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