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별의별 이야기

by 반동희

이제 막 결혼한 부부는 깨가 쏟아졌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 무엇이든 해줄 태세였다.


“나는 당신이 원하면 하늘에 있는 별도 따다 줄 수 있어.”


남자는 아침으로 먹을 빵에 딸기잼을 바르며 싱글벙글했다. 여자는 침대에 엎드려 그런 남자를 바라보며 윙크했다.


“그럼 정말 오늘 밤엔 별도 따다 줘.”


여자는 긴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부엌에 있는 남자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기 위해서였다.

그날 밤 남자는 마당 담벼락에 사다리를 세웠다.


“잘 봐. 이걸 타고 그대로 올라가면 저기 있는 별쯤이야 금방 손에 쥘 수 있어.”


남자는 허무맹랑하지만 여자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줄 수 있다는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고 싶었다.


“나는 저기 저 위에 있는 북극성이 제일 좋아.”


여자도 한껏 응수했다. 속삭이는 사랑은 남이 보기엔 시시껄렁한 농담이지만 당사자들 사이엔 달콤함을 만드는 주문이었다. 둘은 그렇게 자신들만 아는 주문을 외는 마법사가 되었다.


그런데 남자가 사다리 제일 꼭대기에 올랐을 때 주문은 정말로 마법이 되었다. 의아한 광경이 그림처럼 이들 부부 눈앞에 펼쳐졌다. 남자의 발걸음이 사다리 끝에 다다를 무렵 사다리 길이가 자동으로 길어졌다.


남자는 놀란 마음에 뒤를 돌아봤다. 여자도 놀랍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여자의 눈을 본 남자는 더욱 멈출 수가 없었다. 정말로 별을 따다 주고 싶다는 마음이 속에서 꿈틀댔다.


남자는 뚜벅뚜벅 연장된 사다리 다리를 올랐다. 그러자 사다리는 또다시 길어졌다.


이 현상은 반복됐다. 밤하늘에 무수히 빛나는 별들 사이로 남자의 걸음이 가까워졌다. 남자의 등 뒤로는 별빛이 비추는 여자의 눈망울이 영롱했다.


어느새 남자는 별에 닿았다. 남자가 만진 별은 뜨겁지 않았다. 남자가 여자와 자기 전에 마시던 데운 우유 수준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서기에 무리가 없었다.


남자는 별을 품에 안고 내려왔다. 여자는 남자에게 입맞춤했고 둘의 사랑은 아침에 바른 딸기잼보다 더욱 달콤한 향을 뿜어냈다.


저 옛날 할머니한테 듣기론 별은 하늘에 있을 때나 빛나는 것이었다. 남자에게도 그랬고 여자에게도 별은 그랬다. 할머니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땅으로 내려온 별은 빛날 수 없는 것이었고 그것은 별이 아닌 또 다른 무엇이었다.


하지만 남자가 따온 별은 땅에서도 빛났다. 부부가 보기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은 마치 자신들의 사랑인 것처럼 보였다. 그 온기는 집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고 가정은 한층 따스해졌다.


어느덧 남자가 별을 땄다는 사실이 입에서 입을 타고 온 동네로 퍼졌다. 온 동네로 퍼진 소문은 또 다른 동네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자 여러 곳에서 남자를 찾았다. 호기심 가득한 이들은 자신의 눈앞에서 별 따는 것을 시연해달라고 남자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남자는 거절했다. 주문과 마법과 사다리가 어우러진 별 따는 방법이 세상이 알려지면 너도 나도 별을 따겠다고 달려들 것이고 분명했다.


남자가 보기에 그런 세상에선 별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마법 같은 별 따기가 가능한 자신과 여자의 집을 남자는 마법의 성처럼 지키고 싶었다.


남자는 남들 앞에 거짓말을 하기로 여자와 합의하고 사람들 앞에 나섰다.


“제가 따온 별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빛을 잃었습니다. 이제는 한 줌의 재가 되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타버렸습니다. 별은 하늘에 있을 때 별이라는 오랜 생각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남자를 수상하게 여긴 이들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몇몇은 부부의 집 앞을 뒤지기 시작했다. 내놓은 쓰레기 더미를 확인하고 담벼락에 올라 집 안을 감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이들 부부의 굴뚝에서 연기가 난 적을 본 적 없다며 별의 온기가 여전하므로 집 안에 난방을 하지 않는 것으로써 남자의 말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집 안에 갇힌 남자와 여자는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제발 이 땅에 내려온 별이 자신들 말대로 빛을 잃어 한 줌 재가 되어달라고 빌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별은 더욱 밝게 빛났다. 그것은 어둡고 차갑고 절망적일수록 더 밝게 빛나려 노력하는 별의 속성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날 수밖에 없다는 걸 절감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남자는 감시망을 피해 별을 뒷마당에 묻었다. 이후 별의 행방은 남자와 여자가 죽을 때까지 입을 다물었으므로 아무도 알지 못했다.


수십 년이 흘러 이 얘길 들은 어떤 이가 마당을 팠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소식만 덧붙여졌다.


먼 훗날 이 부부의 이야기는 전래 동화처럼 전해졌다. 현대인들은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두 가지 교훈이 있다고 해석을 달았다.


하나는 이 남자가 자신의 특수한 능력을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안락한 삶을 사는데 활용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비판이었다. 이 주장은 현대 경쟁 사회에서는 어떤 특수한 능력을 제일 먼저 소유했더라도 그것이 어느 순간 자기만의 것이 아닌 게 되므로 최대한 그 선점 효과를 누려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 말대로라면 남자는 여자와 더 안락한 가정을 꾸리고 가꾸는 데엔 재주 없는 시대착오적 인물이자 순진한 서생이었다. 고작 밤하늘에 별을 가지고 어쩔 줄 몰라 끌어안고만 있었다는 다소 거친 지적도 뒤따랐다.


또 다른 하나는 이 남자가 예술의 지고지순한 기초 원리인 받아들이고 예찬한 뒤 전달하는 행위를 하지 못했다는 세평이었다. 세상의 원리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란 으레 누군가에게 향할 수밖에 없는데 그게 하필 그릇 작은 남자에게 갔다는 시각이었다.


이 말대로라면 남자는 별을 따는 행위를 그대로 받아들인 뒤 자신이 가진 별의 아름다움을 예찬해 세상에 널리 전달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예술성이 더해지고 자본이 따라붙어 이 또한 안락함으로 연결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부부 모두 그런 기회를 날리면서 남자는 예술가가 되지 못한 한낱 평범한 인간이 되었고 후대엔 그저 그런 반면교사 대상으로 남았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별의 입장에선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별은 남자의 품에 들어갔을 때 집 안에서만 빛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별은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자신의 반짝이는 몸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해 온 힘을 다해 빛을 끌어 모아 집에서 열심히 빛나기로 했다.


끝없는 억겁의 시간을 살아가는 자신의 한평생과 비교해 이들 부부의 수명은 잘해야 여든 남짓이 될 것이었으므로 별은 기꺼이 노력해 이들 부부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별은 끝내 땅에 묻혔으므로 그 모든 계획을 내려놓고 어느 날 밤 자신의 몸을 기체로 변화시켜 하늘로 승화해 제자리로 돌아갔다.


별이 보기에 인간은 자신들의 시각에서만 하늘에서 내려온 자신을 바라본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사 그 어떤 해석도 이런 별의 시각에서 다뤄지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진실은 텅 빈 마당에 묻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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