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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헌법소원 이후

[시선] 편집위원 하영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의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1] 이는 아시아 최초로 제기된 기후위기 관련 소송으로, 일명 ‘기후소송’이라 불렸다. 이에 지난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2023년 기준 한국의 태양광·풍력 발전량은 전 세계 평균인 12%에 한참 모자란 5%에 불과하다. 또한 기존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산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업계 감축 비율은 14.5%에서 11.4%로 낮추고, 2027년 이후의 감축 부담을 높여 수립한 것이다. 이러한 목표치조차 기후위기 대응에 한참 불충분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이를 이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에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한편 2024년 11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한국은 ‘오늘의 화석상’[2] 1위를 수상했으며, 2023년 기후변화대응지수에서 67개국 중 64위에 머무르는 등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화석연료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할 뿐 아니라, 화석연료 사용 비중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30.2%에서 21.6%로 하향하는 등 퇴행적인 조치를 이어왔다


한편,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한국 정부의 감축 목표가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40%를 감축하겠다는 목표에 대해 청구인 측은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며, 기후위기 대응에 불충분한 목표라고 지적했다.[3] 이에 정부 측은 미래세대에 더 큰 부담이 지워진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1차 탄소중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35회의 토론회를 거쳤으며 ‘의욕적·적극적’인 계획이라 주장했다. 또한 정부 측의 주된 입장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기후재난 발생 가능성만으로 구체적 직접적 생명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였다.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로 줄이겠다는 시행령을 내렸지만, 2030년 이후 온실가스를 얼마만큼 줄일 것인지, 어떻게 줄일 것인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한 “2031년~2049년까지 구체적 감축 목표를 정하지 않은 것은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 지적했다. 그러나 2030년까지의 배출 감소 계획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청구인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이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목표를 규율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은 2026년 2월 28일까지만 효력이 인정되며, 정부와 입법부는 개정 시한까지 보다 강화된 기후 법안을 수립해야 한다.[4]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문구를 헌법에 명시한 해외의 사례들조차 자연을 살아있는 ‘생명’이 아니라, 그저 인간의 자원으로만 대상화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후위기 시대의 헌법에는 단지 ‘미래세대의 자원’을 위한 대응을 넘어, 기후위기로 인해 죽어 가는 생명과 이를 야기한 사회구조에 대한 성찰이 요구된다. 또한 지구에서 인간 동물이 비인간 자연·동물과 어떻게 공존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번 헌법불합치 판결은 이제서야 한 발짝 내디뎠을 뿐이다. 앞으로의 발자국은 지구를 살아가는(살아갈) 인간 동물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어디로 나아갈 수 있을까.


편집위원 하영 | choibook04@naver.com


[1] 청소년 기후소송, 아시아 첫 기후 헌법소원 판결로 결실 보여 (2024.08.30.). 라이프인.

[2]기후변화기본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하는 국제 환경단체들이 기후협상의 진전을 막는 나라에 ‘오늘의 화석상’을 수여한다. 제29차 총회에서 1위를 수상한 이유는 한국이 선진국의 화석연료 투자 제한을 위한 국제적 합의에 반대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3] 역사적인 기후소송, 무슨 말 오갔는지 정리했습니다 (2024.05.22.). 오마이뉴스.

[4] 헌재,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판단…"2031년 이후 감축목표 설정해야" (2024.08.29.). 매일신문.



참고문헌


기사


윤원섭 (2024.05.22.). 역사적인 기후소송, 무슨 말 오갔는지 정리했습니다. 오마이뉴스. Retrieved from https://omn.kr/28rpv

이수현 (2024.08.29.). 헌재,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 판단…"2031년 이후 감축목표 설정해야". 매일신문. Retrieved from https://www.imaeil.com/page/view/2024082917043533884

정화령 (2024.08.30.). 청소년 기후소송, 아시아 첫 기후 헌법소원 판결로 결실 보여. 라이프인. Retrieved from https://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7775

정화령 (2025.01.23.). “기후위기 시대 ‘낡은 헌법’ 손보자” 시민 주도 개헌 논의 시동. 라이프인. Retrieved from https://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8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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