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투표권

[시선] 편집위원 하영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투표할까? 「공직선거법」에 따라 시각 또는 신체장애가 있는 선거인은 본인 혹은 가족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신체적 장애에 한해서만 규정한다.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정신장애인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각 정당 후보의 공약이 적힌 공보물을 떠올려 보자. 발달장애인은 공보물에 적힌 한자어와 전문 단어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는 ‘이해하기 쉬운 공약집’을 배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장애인 공약, 국민의힘은 10대 공약에 한해서만 알기 쉬운 공약집을 배포했다. 발달장애인 또한 청년, 여성, 노인, 교육, 주거 등 수많은 사회적 정책의 영향을 받는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장애 의제 또는 10대 공약에 한해서만 공약집을 배포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그동안 발달장애인은 투표 과정에서도 많은 차별을 겪었다. 투표보조를 요청하는 발달장애인에게 선거관리인이 ‘네모 칸에 도장을 찍어보라’고 요구하며, 잘 찍으면 투표보조를 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선 이전 5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발달장애인이 대선 투표에서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임시 조치를 결정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소송에 참여한 발달장애인 두 명에게만 투표보조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선 당일까지도 발달장애인은 후보들의 공약을 이해하고 투표하기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 시민사회의 압박으로 쿠팡을 비롯한 주요 택배사들이 선거일 휴무를 결정하였으나, 그전까지 쿠팡의 택배 노동자들은 대선 및 총선에서 한 번도 휴가를 갖지 못했다. 법적으로 ‘만 18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대통령 선거에 투표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투표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투표권 보장은 단지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모두’가 후보들의 공약을 살피고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까지 당연한 전제이다. 그 전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선거는 결코 ‘공정’할 수 없다.



편집위원 하영 | choibook04@naver.com




참고문헌


기사 및 온라인 자료

김소영 (2025.05.29.). 또 발달장애인 참정권 침해 “‘투표보조’ 되는 투표소 골라 가라는 건가”. 비마이너. Retrieved from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7991

원다라 (2025.06.03.). 법원 결정으로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허용… “앞으로도 차별 없는 투표할 수 있길”. 한국일보. Retrieved from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0313350005834?did=NA

하민지 (2025.05.31.).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발달장애인은 투표보조 못 받는다니!. 비마이너. Retrieved from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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