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무 단풍

열매 뒤 나무의 쓸모

by 이지완

《배나무 단풍》


과수원이 황금 햇살을 졸라

배나무 잎에 가을가루를 받았다


열린 과일 따내고 나면

쓸모 볼품 없어지는 줄 알았더니

아니구나 아니었구나


겨울 오면 무채색에 갇힐 두 눈

잠깐이라도 호강하라고

펼쳐놓은 노랗고 예쁜 마음




《낙엽》


홀연히 사라지거나

서서히 멀어지거나

외로이 남겨지는 것 말고

의연히 떨어지고 싶다


헤어짐의 방식을 고를 수 있다면


너의 발치에 치여서라도

구차한 미련을 달래고 싶다



《떠나다》


Fall leaves fallen leaves

가을이 낙엽을 남기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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