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쓰레기

낙화, 잔치는 끝났다

by 이지완

《꽃쓰레기》


국화 축제 끝났다고

트럭에 마구 쑤셔 담지 뭐야

아까워서 집어왔어

꽃대 다듬는 아내의 뒷모습


꽃이 쓰레기가 되기도 하는구나

나는 참신한 슬픔을 느낀다


필 때의 설렘보다

질 때의 설움 더 큰

깰 때의 의욕보다

잠들 때의 회한 더 짙은


완연한 중년이 피었다




《시래기》


한때는 나도 라고 말하는

누우런 한숨소리 들린다


매가리 빠져 철봉에 여생 맡긴 채소의 노년

내 푸릇한 시절 가고 나니 보인다


엽록소 소진된 이파리에게 볕은 무엇인지

구차히 남은 생기 야멸차게 빼앗기고

쓰레기 아닐까 스스로 의심하는

한때의 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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