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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pr 01. 2024

이상한 그림편지

성냥불;마지막이야기

Pen, gouache, watercolor on paper2024

안녕 친구! 이 편지를 쓰는 지금 두 문장만 쓴 후 한참 동안 펜대만 잡고 창 밖의 풍경만 바라보았습니다. 이번 편지를 마지막으로 나의 (일방적인)모험 이야기는 끝이랍니다. 처음 이 편지를 쓰며 설레고 걱정되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블루베리파이 여인부터 시작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은 모두 내가 겪은 실제이야기이지만 사실 당신이 믿어주기를 바라며 편지를 쓰진 않았습니다. 그저 이 이상한 이야기들을 읽는 순간만큼은 당신이 어떤 것들에서 벗어나길 바랐답니다. 서론이 길어지는 건 싫으니 빨리 이야기를 시작해 봐야겠습니다. 저번 편지에 썼던 뚱뚱 꼬리 고양이를 따라간 길의 끝에 깊은 숲이 나왔습니다. 숲은 황량하고 어둡고 춥기까지 하더군요. 나는 그 황량함에 순간 멈칫했지만 뚱뚱 꼬리 고양이의 손을 잡고 조금 안심이 되어 숲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숲 속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더 빛은 찾아볼 수 없는 암흑 속이 되어갔습니다. 그리고 발끝에 얼음을 댄 것처럼 추워지기 시작했죠.  무서운 기분이 들어 뚱뚱 꼬리 고양이의 손을 더 꼭 잡고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기야! " 뚱뚱 꼬리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밝은 얼굴로 고양이와 포옹했고 고양이는 아이들에게 나를 소개했습니다. 어두워서 아이들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이 드는 순간 나는 사과성에서 연두사과에게 받은 성냥이 생각났습니다. 가방에서 성냥을 꺼내 모닥불을 피우니 조금씩 온기가 퍼지고 잘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모닥불보다 환한 미소를 띠며 뚱뚱 꼬리 고양이와 나를 번갈아 바라봤습니다. 그때 고양이가 꼬리를 휙휙 돌리자 모닥불은 수백 개의 별처럼 나뉘어 공중에 작은 불빛이 되었습니다. 반딧불이 같은 불빛들이 숲 속에 가득 찼고 처음 보는 아름다운 광경에 눈물이 나더군요. 뚱뚱 꼬리 고양이는 부드러운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고는 바구니에 가득 담아 온 감자를 건넸습니다. 못생기고 투박한 그 감자를 보는 순간 웃음이 나왔고 아이들도 나도 고양이도 웃음이 터졌습니다. 성냥불이 가득한 숲 속에서 우리는 감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잠이 들었고 긴 잠에서 깨어보니 나의 집이었습니다. 머리맡에 놓인 가방에는 감자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렇게 모험은 끝이 났죠. 내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랍니다. 그동안 편지를 읽어준 당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네요. 고마웠어요 친구! 당신의 모험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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