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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Mar 21. 2024

이상한 그림편지

뚱뚱 꼬리 고양이

Gouache, pen, acrylic on paper 2024

안녕친구! 이번 편지를 쓰며 이제 당신에게 보낼 편지가 한 통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 아쉬워집니다. 어쩌면  이 편지들을 성가셔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편지를 보내는 날들 동안 기쁘고 설레었답니다. 지난번 18번째 편지를 쓰며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지만 그게 날 슬프게 하거나 우울하게 만들진 않습니다. 다행이지요.  행복이라는 이름의 그 유령요정들이 말한 것처럼 어쩌면 행복은 애써 찾지 않아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행복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도 꽤 멋지지 않나요? 각설하고 이번 편지에서는 유채꽃밭에서 만난 고양이에 대해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코 끝을 간지럽히는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길의 끝에는 어디까지가 끝일지 모를 노란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마치 노란 바다 같았죠. 그동안의 다사다난했던  모험길 끝에 누군가 준비해 놓은 선물같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모험이 끝난 걸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려는 찰나  누군가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를 따라 간 끝에  검은 고양이가 감자바구니를 들고 어디론가 신나게 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고양이의 꼬리가 얼마나 뚱뚱한지 꼬리가 아니라 커다란 방망이 같았죠. 고양이는  방망이 같은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파란 부츠를 튕겨가며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들고 있는 바구니에는 감자가 가득 담겨 있었죠. 나는 왜인지 몰래 따라가다가 들키고야 말았습니다. 고양이는 당황한 날 보더니 쿡쿡 웃으며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자기와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묻더군요. 이어서 건너편 마을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고양이와 끝없는 유채꽃밭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중간중간 다른 고양이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나와 같이 걷고 있는 고양이를 보며 마구 웃어대거나 꼬리를 흘깃 보며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나는 혹시나 이 고양이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고양이를 몇 번이고 확인했지만 다행히도 이 뚱뚱 꼬리고양이는 흥얼거리며 나에게 감자요리를 할 줄 아느냐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대답하니 고양이는 "좋았어!"라며 힘차게 외친 후 다시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어느새 나도 그 고양이를 따라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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