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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ug 01. 2022

4월의 화분

종이에 아크릴


투와는 다른 아이들보다 눈이 좋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약한 시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래서 자주 넘어지고 부딪히는 투와의 주변엔 또래 친구들이 없었다. 

어느 날 동네의 친구들을 뒤따라 가다 넘어진 투와 앞에 선 아이들은 투와의 동그란 안경이  촌스럽고 매일 부딪히고 넘어지는 투와가 바보 같다며 넘어진 투와를 두고 떠났다. 

투와는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집과 멀리 떨어진 시장과의 거리 때문에 학교를 다녀온 후 늦은 저녁까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다. 

투와가 사는 작은 주택의 맨 윗 집에는 꽃집을 하는 아저씨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항상 투와 에게 꽃이나 화분을 주곤 했다. 투와는 아저씨가 주는 예쁘고 알록달록한 꽃들을 좋아했다. 

어느 날 그는 투와 에게 초록색 도자기로 된 화분과 씨앗을 건네주었다

"하루에 한 번씩 물을 주고 햇빛을 잘 보게 해 주렴."

그는 투와의 짙은 갈색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는 낡은 남색 외투를 입고 꽃집으로 향했다. 

화분을 받아온 투와는 기쁜 마음으로 촉촉한 흙을 조금 파내고 작은 씨앗을 넣었다. 그리고는 흙을 조심스레 덮고 작은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봄이 오자 초록 화분에서 연둣빛 새싹이 나고 빨간 꽃을 피울 무렵 투와는 같은 반 친구들에게 용기를 내어 자기가 키우는 꽃을 같이 보러 가지 않겠냐며 물었지만 아무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집으로 오는 길이 오렌지빛으로 물들고 담벼락의 고양이가 하품을 하는 시간. 그러니까 4시와 5시 그 사이에 투와는 힘없이 집으로 향했다. 앞코가 해진 운동화가 조금씩 햇살을 밟아 나갔다. 

집에 온 투와는 할머니가 남기고 간 주먹밥을 조금 먹고는

꽃이 있는 책상 앞에 앉았다. 스르륵 엎드리고는 물 그러 미 꽃을 바라봤다. 슬픈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듯했다.

해는 조금씩 지고 있었고 투와는 꽃을 바라보다 작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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