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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ug 01. 2022

Two ticket

종이에 색연필, 수채



엘리는 매주 토요일이 되면 두 개의 티켓을 끊었다. 

    누군가 물어본다면 그게 그녀의 취미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아주 값비싼 티켓은 아니었고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버스 티켓이었다. 그녀는 구멍이 생기고 보풀이 잔뜩 일어난 니트를 버리고 새 니트를 사는 것보다 매주 두 장의 티켓을 구매하는 것을 행복이라 여겼다. 

금요일 밤 9시, 그녀가 일하는 중형마트에 불이 꺼지고  문이 닫히자 어둑해진 마트의 뒷 문에서 엘리와 수다스러운 동료 렉스가 지친 모양새로 걸어 나왔다.      

"매주 그렇게 티켓을 구매하는 거 말이야, 돈이 아깝지 않아? 게다가 한 장은 버리는 표잖아."

렉스가 한쪽 눈썹을 추켜올리며 물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엘리는 어깨를 한번 들썩이고는 렉스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을 보는 것도 엘리에겐 재밌는 일에 앞서 설레게 만드는 것들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모험을 즐기고 있다는 특별한 기분마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집에 들어와 설레는 마음으로 내일의 여행을 기대했다. 다음 날 짧아진 해가 앨리의 홍조 띤 볼을 비추며 그녀를 깨웠다. 봄의 따사로운 햇살이 오늘의 여행을 더 들뜨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앨리는 두 개의 티켓을 뒤집고 눈을 감고 마구 섞은 다음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앨리의 엄마는 앨리의 이런 전화가 익숙했다. 

"왼쪽이야 오른쪽이야?" 앨리가 묻자 앨리의 엄마는 왼쪽을 선택했다. 앨리는 활짝 웃으며 한껏 들뜬 얼굴로 엄마에게 좋은 주말을 보내라는 인사로 전화를 끊고 왼쪽의 표를 천천히 뒤집었다.

북부로 가는 버스표였다. 앨리는 흐음-하며 표를 보다가 이내 짧은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다. 앨리에게 허락된 여행은 그날 하루였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할아버지에게 받았던 큰 백팩 안에 좋아하는 간식과 손수건 그리고 사진기를 넣고 욕실로 향했다. 얼마 전 렉스에게서 생일선물로 받은 마트에서 가장 비싼 브랜드의 바디워시를 뜯고 신나게 목욕을 한 후 집을 나섰다. 앨리의 집 앞 아카시아 나무향이 진하게 앨리의 코를 간지럽혔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앨리였지만 왠지 오늘만큼은 코를 간지럽히는 꽃가루도 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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