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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ug 01. 2022

wash, wash off

종이에 마카


그녀에게는 월요일보다도 버티기 힘든 화요일. 두 눈을 질끈, 질끈 두 번 감았다 떠봐도 변하지 않는 핸드폰 화면 속 화요일이라는 세 글자.

대형마트의 만두 시식코너에서 일하는 해숙은 유난히 힘들었던 화요일 업무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주아주 뜨거운 물로 덕지덕지 달라붙은 피곤과 스트레스를 씻어버렸다. 45살인 그녀는 34살에 돌싱이 된 후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 '잘 살아'라는 남자의 말에 자녀가 없다는 게 정말이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혼을 한 일이 엄청난 행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몸이라는 이유로 그녀는 어느샌가 자신의 눈치까지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해숙의 전 남편은 이미 오래전 그녀에게 마음을 끊어냈다. 그 일로부터 10년도 더 넘은 지금 그녀는 티브이 앞에 앉아 30번도 넘게 본 영화를 다시 틀고 미리 시켜둔 치킨 앞에 앉았다. 카메라의 앵글과 대사까지 외울 정도로 본 영화의 시작 장면은 모든 것을 잊게 할 정도의 짜릿함을 선사했다. 그녀의 화요일 밤을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턱을 괴고 한 손에는 치킨을 든 그녀의 얼굴에 달큰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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