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주부 할

by 공삼

남자가 주부 생활을 시작하면 마냥 순탄치는 않다. 그래도 나를 밀어주는 사람은 가장 가까운 아내일 것이다.
주위에서 아무리 뭐라 해도 아내가 OK 이면 만사 OK이다.
그런데, 남자가 주부생활을 시작할 때 가장 마음을 많이 상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아닌 아내의 지적과 꾸중이다. 평소에 많이 해 보지 않았던 가정 살림을 하기엔 남자 주부는 언제나 왕초보다. 그렇게 실력 없는 왕초보가 가정 살림을 하기엔 열정은 초고수일지 몰라도 실력은 실망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처음에는 아내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따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사람이라는 것이 게으른 탓에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기 마련인데 이때 가정 살림의 허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당연히 허점이 보이면 누군가는 지적을 할 것이고 당연한 지적이 듣는 사람에게는 불편스러운 꾸중으로 들리게 된다. 생각보다 남자가 주부생활을 시작하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까지 지적을 많이 듣게 된다.
사실 달리 생각해 봐도 남자들이 직장에서 흔히 접하는 유사한 경우이다.

신입사원이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일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어느 정도 봐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원이 실수를 하게 되면 꾸중으로 이어진다. 왜냐면? 허점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정과 직장에서의 문화가 의외로 비슷한 구석이 많다. 그러나 남자들은, 나부터도 마찬가지지만, 가정은 다를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전업주부도 직업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 데 그렇다면 직장처럼 생각하고 조금은 시스템적으로 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다.
나도 나름 요리도 하고 집안일도 했었지만 막상 모든 것을 떠안으니 처음 가진 의욕이 의욕이었을 뿐 지속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내의 지적을 듣고 기분 나빠하고 신경을 쓰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지금이야 시간이 흘러 아내의 꾸중은 줄어들고 나름 나의 페이스대로 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혹시 아내가 일 때문에 바빠서 그리고 지적할 것이 있어도 그냥 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집안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아내에게는 내가 하는 일이 완벽하게 만족스러울 리 없을 거라 보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달리 생각해 봤을 때, 직장에서 아랫사람들의 실수를 그냥 넘기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내가 볼 때는 완벽하지 않아도 아랫사람의 의욕을 위해서 넘어가 주거나 대충 해도 별 탈이 없다면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는 그런 경우를 말한다. 게다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지적하면 그 또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텐데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도 아내는 나에게 지적하려 했던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참아주고 넘어가 주는 덕에 오늘도 난 행복한 주부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적하는 일이 있다면
달게 받고,
빨리 고치고,
힘들면 힘들다고 좋게 말로 하고,
그러면 크게 마음 상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대부분 불협화음의 문제는 자기 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아내들도 남편이 전업주부 한다고 하면 지적보다 틈틈이 부족한 부분이 뭔지를 파악하고 원래의 마이더스 손길로 집안일을 돕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 본다. 가정 일은 다른 사회 조직과 유사하지만 그래도 가정은 가족이기에 그 구성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부족함은 서로의 아량과 넉넉함으로...
서로의 흠은 서로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알콩달콩 잘못된 것을 함께 고쳐가며...
알콩달콩 서로 응원하며...
알콩달콩 서로를 측은히 생각하며... 사는 것이 가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자가 가정주부를 한다는 건 여자가 시집와서 처음 가정주부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남자 여자가 다를 뿐,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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