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란 그림자 같은 존재이다.
언제나 내 옆에 있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틀어둔 라디오에서 들었던 건지
영상 속 자막으로 나왔던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맞는 말이다.
내가 힘들고 지치거나 기뻐할 때 그림자도 똑같이 행동한다.
나처럼 슬퍼하고
나처럼 기뻐한다.
나처럼 일어나고
나처럼 쓰러진다.
나처럼 움직이고
나처럼 멈춰있다.
이 말이 갑자기 왜 생각이 난 걸까.
오늘따라 그림자가 유난히도 작아 보인다.
내가 불안해서 그림자도 불안해진 걸까.
나처럼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서 그런 걸까.
내 뒤에 숨어있는 듯한 그림자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 같다.
당당하지 못한 나 때문에
그림자도 숨어버린 것 같다.
내가 초라해져서 그림자도 초라해졌다.
그림자들에게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