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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선호 Aug 12. 2018

그림자들에게 미안해

    


그림자들에게 미안해



친구란 그림자 같은 존재이다.

언제나 내 옆에 있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틀어둔 라디오에서 들었던 건지

영상 속 자막으로 나왔던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맞는 말이다.

내가 힘들고 지치거나 기뻐할 때 그림자도 똑같이 행동한다.


나처럼 슬퍼하고

나처럼 기뻐한다.


나처럼 일어나고

나처럼 쓰러진다.


나처럼 움직이고

나처럼 멈춰있다.

이 말이 갑자기 왜 생각이 난 걸까.


오늘따라 그림자가 유난히도 작아 보인다.


내가 불안해서 그림자도 불안해진 걸까.

나처럼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서 그런 걸까.


내 뒤에 숨어있는 듯한 그림자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 같다.

당당하지 못한 때문에

그림자도 숨어버린 것 같다.


내가 초라해져서 그림자도 초라해졌다.


그림자들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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