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너무 다른 오늘이

Draw a sketch. 11

by 공선호



어릴 적부터 아침을 거르는 게 습관이었는데 혼자 살다 보니 아침은 항상 거르기 일수였어.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냉장고를 열어 네가 만들어준 반찬들을 꺼내 밥을 먹기 시작했고

비누 하나만 있으면 온 몸을 다 씻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네가 세면용품들을

선물해준 그 날부터 머리 감을 땐 샴푸를 찾고 세면 할 때는 클렌징 용품들을 사용했지.

손에 잡히는 옷을 입고 나가는 게 편했던 난 어느 센가 옷장 속 반듯하게 걸려있는 옷을 입기 시작했고

방 문을 열고 나서기 전 집은 깨끗해야 한다는 너의 말이 맴돌아 이불을 개고 정리를 하는 게 습관이 됐어.

슬리퍼나 운동화 같은 편한 신발을 구겨신고 다녔지만 이제는 반듯하게 신고 다니고

담배를 피우고 아무렇게나 버리던 담배꽁초를 언젠가부터 쓰레기통에 넣기 시작했어.

시간에 쫓겨 먹을 수밖에 없다고 변명하며 항상 즐겨먹던 컵라면은 어느 센가 손도 가지가 않고

친구들과 술자리에서도 더 이상 과음하지 않고 쉽게 분위기에 휩쓸려 밤새 술 마시는 것도 옛날 일이 되었지.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들 때문에 손가락은 성한 날이 없었고 그런 날 보면서 항상

잔소리하고 너와 함께 산 핸드크림을 바르고 다닌 덕분인지 지금 나의 손가락들은 상처 하 나 없이 깨끗해.


처음에는 나를 바꾸려는 너의 잔소리가 귀찮고 짜증 났지만 하나씩 고쳐나갈 때마다 웃어주던

너의 얼굴을 볼 때면 난 마치 대단한 일을 한 사람처럼 마음 한 곳에서 자신을 대견하게 느꼈어.

너와 연애를 하기 시작한 날부터 너로 인해 내가 많은 부분이 바뀌어 버린 거지


그 긴 시간 동안 너는 나를 이렇게 많이 변하게 만들었는데

네가 해준 이야기들은 나에게 약이 되어서 나를 변하게 만들었는데

내가 했던 어제의 한마디는 독이 되어서 너를 변하게 만들어 버렸어.


나의 빈 냉장고를 보며 무언가 결심한 듯 내 손을 잡고 마트를 가던

비누밖에 없는 세면대의 모습에 안타까운 듯 나에게 세면용품을 선물해주던

집안에 널브러진 옷들을 보고 하나하나 정리해주고 청소를 도와주던

신발장 속에 구겨진 신발들을 보며 잔소리로 내 귀를 따갑게 해주었던

담배 피우는 건 상관 안 하지만 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건 참을 수 없다던

컵라면을 먹는 내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차라리 김밥 같은걸 사 먹으라던

술에 취해 밤늦게 전화를 걸어도 귀찮은 내색 한번 안 하고 연락은 꼭 해달라던

그런 너의 말에도 밤새 술을 마시느라 연락이 안 되어서 아침에 나를 찾아와 화를 내던

무의식 중에 손톱 물어뜯는 행동에 그러지 말라며 살며시 내 손을 잡아 쓰다듬어주던


너는


이제 내가 무슨 행동을 해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마주치더라도 아무 표정 없이 지나가는 사이가 되어버렸네.



어제의 내가 너무나 부끄럽고 원망스러워서

지금의 나는 너를 붙잡고 이야기를 할 용기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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