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 a sketch. 21
주머니 속에 울리는 전화기를 꺼내 확인한 남자의 얼굴이 찌푸려집니다.
받기 싫은 얼굴을 잔뜩 하고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한 말투로 상대를
대하는 걸 보곤 직장상사라는 걸 눈치채고 여자는 조용히 옆을 같이 걸어갑니다.
' 제가 어제 메일로 다 보냈는데 누락된 게 있었나요? '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떨구는 남자를 보며 여자는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지 어쩔 줄 몰라하며 남자의 손을 잡았고
남자는 그런 여자의 손을 한번 바라보며 살며시 잡아줍니다.
'... 네 알겠습니다. '
전화가 끊긴 후 남자는 여자를 바라보며 당황스러운 얼굴을 보였고
여자는 다시 집으로 남자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맙니다.
' 저기 내가 이번에 분명히 메일을 확인하고... '
' 괜찮아. '
남자의 말을 뚝 끊었지만 여자는 정말 괜찮다고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어갑니다.
' 너 지금 오랜만에 나랑 데이트하는데 갑자기 집에 가야 해서 미안하지? '
정곡에 찔린듯한 남자는 그렇다며 머리를 끄덕입니다.
' 맞아 나 지금 화났어. 정말 오랜만에 데이트하는 거잖아. '
' 그렇지. '
여자의 말에 남자는 다시 고개를 숙였고 그런 모습을 보기 싫었던
여자는 여자의 두 손을 남자의 얼굴에 가져다 댑니다.
' 그런데 그렇다고 네가 너무 미안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지금은 서로 일이 바쁘니까 이렇게 주말에만 만날 수 있고
만나도 오늘처럼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가야 할 수도 있는 건데 너무 미안해하지 마. '
그런 여자의 말에 남자는 여자를 향해 시선을 옮겼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듯한 여자의 미소에 남자도 조금은 마음이 풀렸는지 웃어 보입니다.
' 사실 나도 조금 피곤했는데 너희 집에서 낮잠이나 자야겠어. 물론 너는 일을 해야겠지만. '
' 그런데 지금 우리 집 엄청 어질러져있는데? '
' 그럼 내가 가서 청소하는 거 도와줄게. 얼른 가자 '
' 진짜다? 네가 분명히 도와준다 했어. '
' 그래 나 그런 걸로 거짓말 안 해. 그런데 집에 반찬은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