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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nnell Waldron Dec 01. 2022

내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길거리에서 콘돔판매를 사람들에게 설득하고 판매할 수 있을까?

결정을 하고나서부터는 뭔가 사회 금기를 깬 것 같은 희열감(?)에 신이 나서 많은 것들을 빠르게 추진해 나갔다.


본격적으로 콘돔을 팔기 전, 주변 지인들에게 상품성이 있을 것 같은지, 좋은 아이디어는 없을지 조언을 구해보고자 여기저기 물어보러 다녔다. 이미 예상은 했지만 십중팔구는 웃음으로 운을 띄우면서 이런 짓을 왜 하냐고 나에게 되물었다. 예상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하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확신이 들었다. 우리 한국사람들에게 있어 성인용품 판매가 익숙한 것은 아니라는 점, 아직은 많이 시도되지 않다는 점이다. 반대로 필자를 지지해준 지인은 나의 신박함과 도전정신을 높게 사주었고, 꼭 프로젝트를 실행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남겨줬다. 

그렇게 잠재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본 결과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추려볼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판 콘돔을 어떻게 믿고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이 민망해하는데 길을 걷다가 콘돔을 사갈 수 있을까?

언제, 어디서,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

어느 정도의 수량을 준비해야 하는가?

컨셉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 민망함을 뚫고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생각보다 우리가 생각한 벽들은 높았다.



우리가 소비자로부터 설득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Sam Edwards / Getty Images from Verywell Mind

소비자의 니즈가 확실하게 있다면 어떤 매력과 차별점이 있는지에 대해서만 설득하는 게 사업 대부분의 주안점이라면 우리는 우리 존재 자체를 설득해야 했다.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좋은 접근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우리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부분에서 특히나 강하게 어필해야 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평판의 브랜드 상품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믿음과 안정성이라는 부분에서 소비자들을 다시 한번 설득해야 했다. 길거리 장사를 하기 때문에 이 상품을 매력적으로 팔아야 하는 건 기본이고, 어떻게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우리 공간을 구경하게끔 설득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었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그림 발췌

호떡장사나 붕어빵 장사는 호떡과 붕어빵을 먹는다는 명백한 목적 하나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수단으로써 재료와 요리기구만으로 충분하다. 맛이 곧, 설득력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휘황찬란한 인테리어는 사족이라고 여기고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맛에 과감하게 집중한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경쟁력이 될 수 있긴 하지만 길거리 장사라는 필드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요소는 아니다. 즉, 간단하면서 명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 안에서 단숨에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하고, 니즈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경쟁업체가 많을 수 있고, 꼭 그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붕어빵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도 사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다양한 조사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웠다.



실제로 장사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았다.

한 번 이미지 메이킹을 해보았다. 콘돔을 팔려고 하는데, 책상 하나 들고 가서 콘돔을 진열해놓고 사람들에게 ‘콘돔 사세요~’라고 하면 사람들이 사갈까? 절대 그렇지 않았다. 내가 고객이어도 구매의욕이 뚝 떨어진다. 콘돔이라는 제약 아닌 제약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다가오도록 뭔가 기획을 해야 했다. 콘돔은 그냥 콘돔을 떼다 파는 걸로 가능할까? 접근성이 너무나 뛰어난 편의점과 대적하려면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길거리에서 팔아야 했기 때문에 어느 위치, 어느 길가에서 어느 날짜 어떤 시간대에 장사를 할지도 결정해야 했다. 단순히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해야 할지 모텔가에 해야 할지. 물품을 얼마나 주문할 건지는 감이 잡히지도 않았다. 결정해야 할 것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그래서 우선 컨셉을 잡고 이에 맞춰 전략을 짜 보기로 했다. 세상에 안 될 건 없지 않겠는가.

아무래도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소비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자’라는 것이었다. 우리의 타깃은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연인인 만큼 연인을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공간, 데이트 코스가 되었으면 하였다.


그래서 정한 우리의 컨셉은


위트 있는 성인 갤러리.

Vertical Gallery in Chicago. Not related to this topic.


크리스마스 시즌에 연인들은 함께 외식도 하고, 길거리를 거닐며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다가 함께 예약한 호텔이나 집으로 들어가려는 길에 귀엽고, 재미있는 섹슈얼한 갤러리를 관람하면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되고 함께 즐겁게 밤을 보낸다.  


재미있고, 위트 있게 부스 갤러리 공간을 조성하여 하나의 데이트 스폿으로 만듦으로써 연인들의 부담감과 장벽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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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을 정하고 나니 여러 아이디어들을 자연스럽게 연결 지을 수 있었다. 


이전 02화 나는 콘돔을 통해 도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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