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nnell Waldron Dec 08. 2022

프로덕트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다는 것은

기획한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실체화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머릿속에 있던 아이디어를 조금씩 구체화하기 시작했었다.

구체화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애정이 녹아들어 더욱 심혈을 기울여 아이디어를 추가해 나갔다.

소비자들은 신경 쓰지 않을 구석 귀퉁이까지 어떤 모양, 어떤 색, 어떤 형태로 디자인할 것인지 배치할 것인지 모두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작은 부분 하나하나 세심하게 관찰하고, 요목조목 따져가며 설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애정 어린 기획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제품을 주문해서 실체화하기 시작했다.




제품 주문과정

무려 500개의 콘돔이다.


상품 기획한 것을 바탕으로 콘돔, 패키징 스티커, 때밀이, 리본 끈, 캐노피, 간이 책상, 마스크 등을 구매하였다. 수량은 500개를 기준으로 모든 물품을 구매하였다. 제일 고가일 것이라고 생각한 콘돔을 기준으로 모든 수량을 맞추고자 하였다. 아무래도 도매를 통해 대량 구매로 원가절감을 하려다 보니 개수가 우리 예상보다 많아졌지만 수용할 수 있는 기준치를 나름대로 예상해서 적정 개수를 500개로 산정하였다. 도매로 무언가를 구매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사람들이 왜 직거래를 선호하고 도매가 낫다고 하는지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유통경로가 한, 두 번 줄어든게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낼 줄 예상하지 못했다.

독자분들 중 콘돔을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가. 가장 손쉽고, 편리하고, 빠르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단연 "편의점"이다. 보통 편의점에서 괜찮은 브랜드의 콘돔을 구매한다고 하면 조그마한 상자에 3 - 5개가 담긴 콘돔을 이용하였을 것이다. 사람들이 애용하는 브랜드는 보통 듀렉스, 플레이보이, SKYN, 아카모토도, 바른생각 정도로 알고 있는데 대략적으로 가격과 내용물 개수는 동일하다. 하지만 필자가 도매에서 알아본 브랜드 "유니더스"에서 판매되는 콘돔 500개의 개당 가격은 도매가로 약 140원으로 굉장히 저렴했다. 


업체를 통해 제작한 스티커


스티커제작은 의외로 간단하였다. 선정한 사진들을 사이즈에 맞게 포토샵으로 재가공한 파일들을 업체에 부탁해 정확한 수치와 수량 등의 요구사항을 상세하게 전달하기만 하면 알아서 제작해준다. 업체를 선정할 때는 업체들마다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가 있어서 그 포트폴리오를 참고해 우리와 가장 흡사한 느낌의 제품을 많이 만들어본 업체에 부탁하였다. 가격도 여러 곳에서 비교해가면서 합리적인 선에서 맞췄다. 게다가 스티커 제작이라는 게 사실 어렵거나 까다로울 것도 없다. 컴퓨터가 알아서 다 해주는 부분이라 우리가 예상한 대로 스티커를 제작할 수 있었다. 처음이라서 잘 모르긴 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사항이 명확한 덕분에 꼼꼼하게 따지고, 가격 비교하면서 야무지게 제작할 수 있었다. 

그 외 자잘한 상품들은 쿠팡에서 저렴한 가격대에 상품들을 구매하였다. 아무래도 다양한 상품을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는 곳은 쿠팡이 넘버원인 것 같다. 없는 게 없다. 


스티커를 부착한 커스터마이징된 프로덕트들



가격선정

제품을 주문할 때 우리가 원하는 퀄리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선정해 손익분기점을 꼭 지켜내고 싶었다. 하지만 원가 계산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말처럼 쉽지 않다. 콘돔을 저렴하게 구매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외 부가적인 것들에서 예상보다 큰 비용이 지출되었다. 그렇다 보니 상품 하나당 원가가 높아졌고, 판매가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가격 결정에서 정말 힘든 점이 이 상품을 팔아본 적도 없고, 경쟁업체도 없다 보니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의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적정가를 찾기 쉽지 않았다. 또한, 적장가를 찾으면서 편의점보다는 저렴해야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데 그 와중에 마진까지 남기려고 하니 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이게 블루오션의 어려움인가 싶었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매겨보았다. 손익분기점, 마진, 경쟁업체와의 가격비교 등을 비교해봤을 때 손익분기점은 넘기면서 마진을 어느 정도 남기는 선에서 가격을 정하였다. 연말에는 씀씀이가 헤퍼진다는 기대심리도 조금 있었고, 이번 장사가 잘 될 경우 이 프로세스를 그대로 연말에도 적용시키려면 어느 정도의 수익은 나야 한다는 게 우리들의 결론이었다.



제작 및 시뮬레이션

스티커 주문과 쿠팡, 도매 등 다양한 경로로 우리가 필요한 물품들을 모두 수령하였다. 시간이 굉장히 촉박하게 흘러갔다. 콘돔을 500개 준비했기 때문에 스티커 붙이는 작업을 500번 반복했고, 일부는 때타월로 봉해서 완성형 패키징을 마무리하였다. 스티커 붙이는 작업은 어렵지 않았으나 콘돔이 평평하게 생기지 않다 보니 스티커를 붙이자 스티커가 우는 현상이 생겼다. 굉장히 속상했다. 초기에 생각한 모델은 패키지를 아예 자체 제작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타협하고 타협해서 운 스티커가 붙여진 콘돔이 내 앞에 놓인 결과물이었다. 상상과 현실 간의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에 반드시 실제로 구현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다른 무엇보다도 이상과 현실, 아이디어와 행동의 차이를 느끼기 위해서 시작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매우 컸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실행을 한다는 것만으로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발생하는 차이도 엄청나게 컸지만 어떤 프로덕트를 만든다는 것은 소비자의 입장과 판매자의 입장 차이만큼 하늘과 땅 차이였다. 소비자는 제품을 자기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에 그치지만 판매자는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 의미를 두고, 신경을 곤두서야 한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서리 귀퉁이에 의미부여를 하고, 심혈을 기울여도 소비자가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건 너무나 큰 욕심이다. 하지만 작은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신경 써야 하는 사람이 제작자, 판매자이지 않을까 싶다.



콘돔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아쉽지만 콘돔 제작은 이 정도 퀄리티에서 만족해야 했다. 다행히 그 외의 부가적인 것들은 크게 예상과 벗어나지 않은 선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다만 섹슈얼한 사진을 크기에 맞게 오려둔 박스에 붙여 놓고 나니 생각보다 퀄리티가 너무 떨어져 보였다. 특히, 케토피를 설치해서 벽면에 끈을 이용해 모빌처럼 걸어보았을 때 느낌은 우리가 생각한 아트갤러리 느낌과 너무 달라서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원했던 느낌은 갤러리 느낌으로 정적이면서 미니멀한 깔끔한 분위기를 원했다. 그런데 박스를 잘라 마감처리도 하지 않은 채 종이를 덕지덕지 발라놓다 보니 더럽고, 엉망진창의 느낌이 다분했다. 게다가 모든 사진을 모빌처럼 걸어놓다 보니 캐노피 내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정신없는 느낌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다른 대체방안이 없어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사람들이 구입한다는 것은 절대 동등한 등가교환이 성립할 수 없다.

아무리 니즈가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직접 팔아보기 전까지는, 소비자의 피드백을 들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든 것은 우리의 가설에 의해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검증된 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베타 테스트가 필수불가결한 단계이다.  



베타테스트

베타 테스트를 21,22일 주말로 예상을 했지만 제작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였다. 특히나 20일은 밤을 새우면서까지 제작에 힘을 썼지만 디데이를 맞추지 못했다. 제작과정에서 예상했던 기준보다 퀄리티가 좋지 않다 보니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였고 그게 독이 되었다. 베타 테스트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날짜를 맞추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3일 전에 끝내기 위해 플랜을 재수정하여 달려 나갔다.

실제로 장사를 해보지는 못했지만 공터에 캐노피를 설치해서 사진을 걸고, 책상도 펴보면서 최대한 시뮬레이션을 하며 실제 상황에서는 당황하거나 불가피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다. 그리고 우리가 염두에 둔 신촌의 몇몇 스팟을 방문하여 공간이 확보되어 있는지, 사람들 동선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재차 체크하였다. 우리가 정한 장소는 길가 끝자락에 오토바이나 자전거 거치 장소였고, 그 뒤편에는 크리스마스로 여러 부스를 설치해서 어떤 행사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동인구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다만 근처에 간이공연장이 있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있었다.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다른 스팟들을 몇 군데 알아놔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길 때를 대비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디데이를 준비하였다.


.

.

.


계속...

이전 05화 제품만으로는 성공을 단정지을 수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