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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Dec 13. 2023

일로써만 평가받기!

[소방서 다이어리]

Prologue: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가감 없이 적어 보려고 합니다. 부디 이 글로 인해 누군가 상처받지 않길 바라며 소통을 통해 내 작은 세상도 더 풍성해 지길 기도해 봅니다.


소방서도 사람이 모여 있는 조직이다 보니 근본을 알 수 없는 처세술이 난무하고 그 안에서도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일부는 자신이 힘센 부서와 인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국회와 교류하면서 필요할 경우 권력을 대출받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언젠가 빚을 갚아야 할 시점이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올해 초 소방공무원이 구속됐다는 흉흉한 기사를 접했다. 아마도 승진을 대가로 금품이 오고 간 모양인데 (결국 조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겠지만), 묵묵히 현장을 뛰는 대다수의 소방대원들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일 것이다.


관계가 처세로, 그 처세가 다시 분별없는 정치로 연결된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조직 내에서 각자의 욕구와 욕망을 관철시키기 위해 마치 철새와 같이 필요에 따라 이런저런 모양새로 뭉쳤다가 헤어지길 반복하기도 하는데 이는 미국 사람들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 보면 한국 사람보다 더 계산적일 것이다.


내가 미국 소방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내가 일 한 만큼 평가받는다."라는 말이다. 계급은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내가 한 일들이 작은 씨앗이 되어 지역사회에 뿌려지고 그 결실로 인해 안전한 커뮤니티가 구축되는 것을 목도하는 것만큼 소방관에게 보람된 일이 또 있을까?


얼마 전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어설픈 처세나 정치 따위는 하지 말고 진지하게 일에나 전념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지난 18년 동안 무수히 많은 미군들이 자리를 채웠다가 또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붙박이로 있어야 하는 한국사람들의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순회하며 근무해야 하는 미군들 덕분에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소방서는 지구촌 소방이 한데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혜택은 아무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다른 나라의 정책들을 현장에 적용해 보고 긍정적인 요소와 비효율적인 요인들을 비교해 최적화된 것들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제대로 일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하다.


그냥 일로써만 평가하고 평가받는 것이 때론 인간미 없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그 '인간미' 덕분에 자칫 결론이 서울 구치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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