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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 Dec 15. 2023

부지런함의 마술

[소방서 다이어리]

Prologue: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가감 없이 적어 보려고 합니다. 부디 이 글로 인해 누군가 상처받지 않길 바라며 소통을 통해 내 작은 세상도 더 풍성해 지길 기도해 봅니다.


지난 18년 동안 나는 소방서에서 제일 먼저 출근하는 사람이었다.


간혹 새벽 4시에 출근해서 나보다 빨랐던 미군이 한 두 명 있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나보다 빨리 출근하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


아침 7시에 근무가 시작되지만 나는 보통 새벽 5시 이전에 출근한다. 지난밤 출동으로 고단한 소방서의 어둠을 밝히듯 출근하면 복도의 불을 켜는 것으로 나의 하루를 시작하는데 나는 그 순간이 참 좋다.


빛과 소금처럼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고 싶은데 능력치가 그렇지 못하니 전등으로라도 불을 밝혀 주고 싶은 마음이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정적인 삶은 부지런함이란 연료가 필요하다. 그 연료는 여러 시행착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되는데, 일단 부지런함이 내 삶에 자리 잡히면 그때부터는 수 없이 많은 긍정적인 변화들이 찾아온다.


이런 변화 덕분에 나는 지난 28년 동안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세 권의 책을 출간했고, 스포츠 도핑검사관으로서 평창, 도쿄, 베이징 등 세 번의 올림픽에 참가했으며, 두바이, 러시아 카잔, 프랑스 보르도 등 세 번의 국제기능올림픽에도 통역 자원봉사자로 참여했었다.


이 모든 결과는 결론적으로 부지런함에서 시작되었다고 믿고 있다.


유명한 작가 센다 타쿠야는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사람과는 관계를 끊어라. 내버려 두면 당신의 시간을 도둑맞는다."라고 말했다. 조금 매몰찬 말 같지만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하다.


내 주위에도 부지런하지 못해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출근도 그렇고, 보고서도 그렇고 늦으면 서로 곤란한 상황이 된다.  


직장이든 약속장소든 미리 도착하면 차분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다.


가벼운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도 있고, 영어책을 필사할 수도 있으며, 커피 한 잔 느긋하게 마시면서 하루를 설계할 수도 있으니 어쩌면 부지런함은 내 삶의 행복을 유지시켜 주는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가끔 사람들이 너무 여유 없이 사는 것 아니냐고 걱정해 주지만 (혹은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일단 부지런함이 익숙해지면 매일 식사를 하는 것처럼 삶의 루틴이 되어 오히려 편하고 좋은 점이 많다.


대체로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직장이나 단체생활에서도 부지런한 사람들은 눈에 띄기 마련이다. 무언가에 대한 간절함, 사전 준비, 사고 예방 등 많은 긍정적인 요소들이 담긴 그 부지런함을 나는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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