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장님이 없는 조직'이라고 불리는 주한미군은 부서별. 개인별로 주어진 임무에 따라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자율적으로 일한다.
주한미군이 이 땅에 주둔한지도 벌써 67년째가 되어간다. 미국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70개국 이상에서 800여 개에 달하는 미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가 북한을 비롯한 잠재적 위협 국가들로부터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미국이라는 '달콤한 양날의 검'을 안보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은 크게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억제하고 나아가 동북아시아에서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 미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달성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공조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자국우선주의로 노선을 정리하면서 오랜 혈맹의 관계도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일부 반영하듯 "부자나라들이 미국을 이용해 먹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 같은 부유한 나라들의 방위비 분담금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압박도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서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의 정체성도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한.미간 연합전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자신들의 전문성과 노력을 통해 애국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50억 달러라는 방위비 분담금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걸림돌 신세가 되어 버렸다. 이로 인한 상실감 역시 크다.
만약 30대의 나로 돌아가 다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래도 나는 주한미군을 선택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여전히 "Yes"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막연히 미국이란 나라를 동경했었다.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그네들의 문화, 자유, 다양성이 좋았다.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비로소 미국과 한국의 관계에 대해 조금은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다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지금의 내가 그렇다.
한국 속의 작은 미국,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면서 민간 외교관으로서, 그리고 양 국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면서 나름의 애국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Leave with no regrets. (후회 없이 떠나라.)"
정확한 출퇴근 시간, 자유로운 직장문화, 68세 퇴직, 저녁이 있는 삶, 영어로 업무를 한다는 점, 미국 특별이민 신청 가능, UN과 같은 국제기구진출의 디딤돌 등 주한미군이란 직업이 가진 장점은 참 많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양국 간 임무의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 중 하나다.
이번에 양국 간의 이해와 협조를 통해 얽히고설킨 문제들이 잘 해결되면 좋겠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심 충만하고 균형 잡힌 시각의 젊은이들이 더 많이 주한미군에 들어오기를 바란다.
진정한 안보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위해서도 그렇고, 자주국방의 초석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