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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구 Dec 19. 2019

힘들때면,

<힘들수록 나에게 의지하자>

작년 8월, 2014년 부터 4년 넘게 버텨온 스타트업을 포기했다. 애초에 당장의 내 능력이나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을 만들 수 없었다면 결국 대출도 무의미했지만, 그를 알지 못했던 죄로 인해 생긴 빚 1억과 재가 되어버린 4년이라는 시간과 함께 나는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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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9월, 완전히 정신을 놓은 나는 FA선언을 했다. 사실 말이 FA선언이었지, 현실로부터 도망치고자 하는 마음에 아주 급했고 어디라도 나를 헐값에 넘기려 했다.

철지난 "바겐세일" 이라고나 할까.

구걸에 가까웠던 FA선언문을 많은 분들께서 실패한 경험도 큰 자산이라고 봐주시며 200건이 넘는 제안을 메일로 보내주셨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대로 된 일감이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이 애초에 비즈니스가 성립이 안되거나, 사기에 준하는 제안이었는데 더 충격적이었던건 나는 그 제안 중 가장 나쁜 것을 수락하고 그 대가로 수개월을 농락 당했다는 사실이다.

이제와서 그 제안을 다시 꺼내보면 누구라도 의아해 할 내용임에도 그때는 전혀 꿰뚫어보지 못했고 당시의 나는 고작 그정도 수준밖에 안됐었다. 자신이 없고 두려워서 내 다리로 일어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이 또한 필연적으로 또다른 실패를 불러올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내발로 그 단체를 나왔다.

다시 불안했지만 내가 바뀌지 않는 한 구걸로는 상황이 전혀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또 똑같은 일이 반복되겠지라며. 나는 그제야 완전히 무너졌음을 인정했다. 이름, 가족, 친구.. 말고도 내가 가졌던 모든걸 바닥에 내려놓았다. 다른 인생을 살지않으면 어차피 이제 끝난 인생이고 다시 일어날 수 없다면서.

그리고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내 문제를 인정한 결심은 초석이 되어 어떤 단체나 소속이 아닌, 나에게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습관에서 비롯한 태도와 태도에서 비롯 된 작은 승리들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로부터 채 1년이 안됐다. 그 결과, 결과로 향하는 또다른 과정 중에 있는 지금의 나는 작년에 무너지기 전의 나보다도 훨씬 더 성숙하고 강해져서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또한 과정일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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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할 때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돈이 없으면 돈이 있는 누군가에게 돈을 구걸하고싶고, 힘이 없으면 힘이 있는 누군가에게 힘을 빌려오고싶고, 능력이 없으면 능력 있는 누군가를 등에 업고 싶은게 당연하다. 그래야 불안하지 않으니까. 그게 편하니까. 힘들때는 그 어떤말도 달콤하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점점 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게되고, 가뜩이나 약했던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약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또, 약해질수록 진실을 보는 눈은 더 희미해지고 땅을 디뎌야 하는 다리에 힘이 빠지지 않을까? 그리고는 언젠가 약할대로 약해져서 그 누군가에게도 쓸모없는 인간이 되면 완전히 버림받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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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안을 주셨던 모든 분들께서는 먼저 나의 그릇을 테스트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 다리로 일어설 힘이 있어서 자기를 도울 수 있는 건지 아니면 단지 기대고자 하는 것이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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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상황이 펼쳐진다면, 그리고 그 상황이 누군가는 해결할 수 있는 거라면, 비록 지금은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내 힘으로 해낼 수 있다. 그러니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그때를 기다리자. 언젠가 그때가 오면 나는 더 많은 것을 오직 내 손으로 해낼 수 있게 될 것이니까. 그러니 힘들수록 남보다는 나에게 기대자. 그 과정에서 자연히 눈이 떠지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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