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윤구 Jan 28. 2020

모든 방황하는 삶들을 위하여

<모든 방황하는 삶들을 위하여>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

“좋은 대학에 가고 취직을 하고 돈을 잘 벌고 이런 얘기들은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 같아요”
.

“이제 진짜 성인이 됐고, 생계랑도 연결될 테니 이제는 정말 해야 한다는 걸 알아요. 아는데 집중하고 싶은데 집중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아요. 원래 제 일이 아닌데 떠맡게 된 느낌이에요”
.
.
.

“다 이렇게 사는 거예요?”

.
.
.

중고등학생은 상당수가 이런 문제를 겪고 있고, 대학생이 된 후에도 이 문제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않은 친구들도 꽤 많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 있는 이들 중 몇몇은 아직도 이리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기억을 하지 못할 뿐 잠깐은 이렇게 살아왔다.

사실 무작정 아무런 기회 없이 꿈을 강요하는 것은 마치 콜라나 사이다는 입에도 대 본 적 없는 원주민에게 어떤 걸 선택할지 고르라고 하는 것과 진배없으며, 설사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뭔가를 억지로 시키는 행위는 폭력에 가깝다.

스스로 흥밋거리를 찾아낸 소수의 학생들은, 우연히 부모가 만들어 준 경험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경험은 단 한 번의 스윙으로 괜찮은 직업을 갖는 안타를 치게 했을 수도 있겠지만 수도 없이 많은 헛스윙을 거쳐 극적으로 만들어낸 유재석급 연예인 같은 만루 홈런 일 수도 있다.

다만, 그 스윙을 어릴 적에는 부모가 대신해줬겠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는 스스로 휘둘러야 한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 결국 ‘스윙’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피겨 스케이팅을 해본 적 없는 학생이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되는 꿈을 가지는 경우가 희박한 것처럼, 헛스윙 없이는 만루 홈런도 없다. 설사 김연아 급의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고 해도 그에 대한 경험 없이는 꿈조차 가질 수 없으니 꽃망울도 없이 져버린 꽃이 될 뿐이다.

때문에 누구든 경험에 최대한 많은 투자를 하는 게 최선이다.
-
 

하지만, 방황하고 있는 그대라면 어차피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 까지는 급해지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당장에는 그 누가 어떤 수를 쓰더라도 그대의 마음이 외적으로, 내적으로 동하지 않는 한 태도조차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만약 방황하고 계시다면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는 게 어떨까. 게임만 하며 시간 보내지 말고 다른 활동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알바도 하면서 삶의 경험치를 최대한 올려놓으라. 그대의 다음 스윙을 휘두르러 움직이란 말이다.

영원히 백수로 지내지 않는 한, 우리 모두 언젠가는 돈을 받는 프로가 된다. 하기 싫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학생이라는 아마추어 시절을 끝내고 프로가 되면 ‘하기 싫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을 완전한 배반 사건으로 둘 수 없게 된다. 대가를 받으면 동기가 없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전혀 무관하게 그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내 몫은 해내야 한다. 이때부터는 숱한 자기 계발서나 자기 계발 강사가 하는 말인 ‘동기부여’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즉, 곧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 없다. 그대의 이 시간은 방황이 아니라 경험이다.
그리고 친구도, 선생님도, 부모님조차 나 대신 쳐줄 수는 없으니 그대는 그대만의 스윙을 천천히 해나가면 된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그대만의 최선책과 최악 명부를 하나씩 만들어 가라. 그러면 최선에 가깝고 최악에서 먼 선택지를 찾아 최소한 안타는 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방황하는 그대라면, 동기부여가 필요 없는 프로가 되기 전까지 최대한 경험치를 늘려 놓는 게 좋다.

“누구나 그렇게, 다 그렇게 살다가, 언젠가는 프로가 된다.”

이전 08화 책을 팔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