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나무, 거북이와 공작새 그리고 데이트신청!?
‘세상에, 엄청나게 거대한 고구마같이 생겼잖아?’
꿈에도 그리던 바오밥나무.
<어린왕자>에서 별들을 장악해버리던 거대한 나무.
그 바오밥 나무가 내 눈앞에 있다!
내가 여행중인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섬마을인 잔지바르 주변에는 더 작은 섬이 4개 있다. 섬속의 섬, 그 중 하나인 프리즌아일랜드는 이름 그대로 과거에 감옥으로 쓰였다던 아주 작은 섬.
섬 전체가 감옥이었다니, 이거 왠지 무시무시하잖아?
내가 잔지바르에 도착한 날부터 졸졸 따라다니던 가이드 알리를 따라 설레는 마음으로 20분동안 배를 탔다. 그리고 한눈에 들어오는 아주 작은 섬, 프리즌아일랜드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걸, 무시무시한 느낌과는 달리 엄청나게 푸르른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사랑스러운 섬이 눈앞에 있었다.
게다가 바오밥나무까지 발견! 인간 여성으로 치면 나도 어딜가나 손꼽히는 큰키인데.. 바오밥나무 앞에서 나는 정말이지하찮은 껌딱지처럼 보였다. 바오밥나무에게 인간이란? mc처럼 마이크를 들고 바오밥나무에게 들이밀며 인터뷰하는 상상을 해봤다. 무슨 대답이 돌아올까? 작으나 크나 거기서 거기라고 하려나?
조금 걷다보니 길바닥에 웬 바위같은게 있다. 거기서 머리가 쑥 나와 놀라 자빠질뻔했다. 바위가 아니라 거북이잖아!? 엄청나게 거대한 이 거북이들은 한 백마리쯤은 되어보였는데, 어찌나 온순하고 귀여운지. 그렇지만 가이드 알리가 주는 풀을 와작와작 씹어먹는 악력을 보니 물렸다간 손가락 잘리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세히보니 거북이 등껍질에는 숫자가 써있었는데 그게 거북이 나이란다. 여기서 가장 오래 산 그랜드파파 거북이는 무려 197세. 그 뒤로 100세가 넘은 거북이들이 걸어다닌다. 세상에. 그랜드파파거북에 비하면 나는 고작해야 베이비잖아? 나도 나름 내일모레 서른인 어른인데! 거북이에게 인간이란? 거북이에게 또 마이크를 넘기며 물어보고 싶었다. 어리나 늙으나 똑같다고 하려나? 쓸데없는 질문하지말고 밥이나 달라고 하려나?
대망의 프리즌, 감옥으로 쓰였던 곳은 재밌게도 현재는 레스토랑이 되어있었다. 전형적인 감옥처럼 생긴 프리즌은 솔직히 이 섬에서 앞서 본 자연환경에 비하면 그닥 흥미롭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프리즌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가이드 알리의 형이 자꾸만 귀찮게 해서 조금 짜증이 나있었다. 섬 남자들이 던지는 의미없는 추파야 무시하면 그만인데 알리의 형은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쫓아와놓고는 설명은 커녕 이런저런 쓸데없는걸 묻는다. 근데 대체 왜 수줍어하는건데!? 알리의 형은 꽃만 보면 따다주기 시작하더니 너처럼 뷰티풀한 꽃이란다. 오마이갓! 그러더니 내일이 본인의 쉬는날이라는 tmi를 말하며 급기야는 내일 선셋이 예쁜 레스토랑에서 같이 콜라를 마시자며 데이트신청까지 해온다. 아니, 다른걸 다떠나서 초등학생도 아니고 왜 콜라를 마시자는건데!? 귀찮고 부담스러워서 좀 짜증이 난 상태로 졸졸 쫓아오는 알리의 형을 뒤로하고 걷다가 공작새를 발견했다.
심드렁해하는 암컷공작새를 보면서 있는 깃털 없는 깃털을 잔뜩 부풀리며 아름다움을 한껏 어필하는 수컷공작새를 보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그래, 니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니. 자연의 섭리지 뭐. 왠지 그때부터 짜증이 풀어진 나는 알리의 형에게 번호를 주면 시간날때 연락을 주겠다고 말하고 배에 올랐다. 시간은 영영 안나겠지만 이것도 자연의 섭리아니겠어.
배를 타고 가다가 말고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고 나왔다. 젖은 몸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기분이 한껏 좋아진 나는 흔들리는 뱃머리 위에 올라가 앉아봤다. 이렇게 찍은 사진에 그 상쾌한 기분이 전부 담긴 듯해 sns 여기저기에 이 사진을 올렸다. 그랬더니 조난당했다가 구출된 사람같다는 얘기를 두번이나 듣고 캬캬캬 하고 웃었다. 나름 삼만원이나 주고 투어했다고! 설명을 추가해야겠다. #조난당한거 아님.
오늘도 행복한 동아프리카 섬에서의 하루가 저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