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잔지바르섬 입국기
오늘도 배낭을 메고 탄자니아행 비행기를 타러 갔다. 공항버스터미널에 데려다주는 엄마의 한숨이 끊이질 않는다. 이런저런 잔소리를 끝으로 엄마는 나지막이 말했다.
“살아 돌아와라.. “
엄마, 내가 가는 잔지바르는 아프리카에서도 휴양지라 안전하다니깐! 하며 깔깔거렸지만 엄마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솔직히 나도 조금은 무서웠으니까.
탄자니아여행을 가겠다고 하니 엄마가 대체 왜 깨끗하고 안전한 나라들 놔두고 아프리카를 가는 거냐고 물어봤다. 그냥 가보고 싶어서. 그게 내 대답의 전부였는데 솔직히 나도 ‘그냥‘이라는 대답 이외엔 적당한 답을 못 찾겠어서 더 이상 대답을 못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대체 왜 아프리카여행을 꼭 가야겠는 건지 생각해 봤는데, 12시간을 날아 경유지인 에티오피아의 상공에서 푸르고 넓은 초원을 내려다보니 알 것도 같았다. 아프리카 대륙의 초원, 하늘, 구름 뭐 이런 게 보고 싶었던 것 같아! 싱겁지만 새로운 세계에 가보고 싶고 궁금한 것 이외엔 도무지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잔지바르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고 동네구경을 하러 나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꾸만 웃으면서 맘보, 맘보 그런다. 탄자니아에선 맘보가 안녕이라는 인사말이란다. 계속 맘보맘보 인사를 들었더니 늴리리야 늴리리-늴리리맘보 노래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늴리리맘보를 흥얼거리며 거리를 걸었다. 더위 속에서 걷다 보니 시원한 옷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라의 날씨엔 그 나라에서 파는 옷이 가장 적합하다는 걸 몇 번의 여행 후 깨달은 바, 와서 사 입으려고 최소한의 옷을 챙겨 왔기에 입을 옷이 없었다. 올드포트라는 곳을 들어가니 옷가게가 즐비하다. 그중 화려한 원색의 원피스를 보고 들어간 옷가게의 아주머니와의 대화는 시종일관 이런 식이었다.
-이 옷 입어봐도 돼?
-하쿠나 마타타(문제없어)!
-헤어밴드 예쁘다! 이거 조금만 깎아줄 수 있어?
-오케오케 하쿠나마타타. 뽈레뽈레.(천천히 해봐!)
입고 갔던 셔츠와 까만 모자를 벗어던지고 형형색색의 원피스와 헤어밴드를 하니 이제 제법 탄자니아 여행객 같다. 옷과 헤어밴드를 사고 기분 좋게 나오며 아주머니에게 같이 사진 찍자고 물었더니 아주머니는 그런다.
하쿠나~마타타 마이 프렌드!
하쿠나 마타타가 무슨 주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모든 게 문제없을 것만 같은 기분! 옷가게를 나와 시원한 원피스 차림으로 땀을 식히며 걷다 보니 한 아주머니가 헤나를 하겠느냐고 따라왔다. 워낙 몸에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안 할 이유가 없었는데, 헤나 가격이 25,000실링이란다.(한화 약 12,500원)헉소리를 내면서 도망가려는 나를 붙잡고 얼마를 생각하녜서 5,000실링을 불렀더니 쿨하게 오케이 컴! 한다. 얼떨결에 1/5이나 가격을 깎아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아주머니는 정성껏 헤나를 그려준다.
헤나까지 하고 나니 첫날부터 잔지바르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 같다. 도착한 지 반나절밖에 안 됐는데 벌써 잔지바르가 좋아졌다.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맘보 같은 인사말도 좋고, 하쿠나~마타타! 하고 웃는 사람들도 좋고, 맨발로 여기저기를 걷고 레게음악을 틀어놓고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자아내는 여유로운 분위기도 좋다.
잔지바르 이후엔 내륙으로 들어가 탄자니아의 커피농장이나 케냐 혹은 르완다나 우간다로 넘어가 볼까 했는데, 그냥 잔지바르에만 있고 싶어 졌다. 근데 잔지바르에만 있으면 아프리카대륙까지 건너온 게 좀 아쉬우려나? 이런저런 생각을 좀 하다가 생각들을 박박 지웠다. 에이, 뭘 하든지 그냥 하쿠나마타타지 뭐! 마음 이끌리는 대로 가고 싶으면 가고 있고 싶으면 있어야지. 뭐든 문제없다. 하쿠나~마타타!